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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뚜껑
[아침시단] 뚜껑
  • 하재영
  • 승인 2019년 11월 12일 17시 0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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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뚜껑은 뚜껑이다
1,300여 도 고운에 소성된 도자기 그릇 중에도
뚜껑 있는 것들이 많다 / 몸체와 뚜껑의 아귀가
좁아서, 넓어서 맞지 않는 것도 있고
백년해로한 노부부의 찰떡궁합처럼
딱 맞는 것도 흔하다
뚜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뚜껑은 열려야 한다
와인 코르크 마개를 억지로 열려고 하다
주둥이를 깬 경험도 한두 번 있을 것이다
세상의 일들은 모두 뚜껑을 갖고 있음을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은 안다
뚜껑을 꽉 막고 잘 여는 일이야말로
그런대로 잘 사는 일이다 / 뚜껑을 꽉 막아도
누구도 모르게 증발하고 휘발하는 세월이란 뚜껑
뚜껑을 뚜껑으로 인정하기까지
뚜껑은 뚜껑으로 존재할 뿐이다
뚜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뚜껑은 고요를 중심에 가두는 별나라다

<감상> 냄비 뚜껑 열리듯, 화난 일이 있을 때 속된 말로 “뚜껑 열린다”는 표현을 잘 쓰죠. 열 받으면 당연히 뚜껑이 열려야 하고 닫혀 있으면 폭발하고 말죠. 몸체와 뚜껑이 맞지 않으면 매사가 어그러지기 마련이죠. 심지어 연못에도 얼음 뚜껑이 있어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어요. 뚜껑이 잘 열리면 얼음이 잘 녹고, 솥뚜껑이 들썩여야 밥이 잘 익고, 사람 사이도 억지로 열려고 하면 안 돼요. 잘 익을 때까지 고요를 중심에 가두고 느긋이 기다려야 하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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