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기준 평소대비 운행률 KTX 73.4%·무궁화호 66.4%↓
이용객 다수 탑승 시간대 조절…열차 이용에 큰 어려움 없어
21일부터 운행률 60%대로 감소…지역민 불편 가중될 것으로 보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막바지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20일 오전 9시부터 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시작됐다. 이날 동대구역 9시 전 (상단)열차출발안내판에 지연없이 운행 되고있는 안내문이 나와 있지만, 9시 이후 (하단) 파업에 따른 일부 열차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형님도 한 잔 하이소”

20일 오후 3시께 대구 동대구역 제2맞이방 대기석 한쪽에서 소소한 술자리가 열렸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60∼70대 어르신 4명은 오후 4시 4분께 광명역으로 향하는 KTX 414 열차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앞서 오후 1시께 동대구역에 도착한 이 일행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 파업에 따른 열차운행중단과 좌석매진 등으로 3시간 후에 출발하는 열차 승차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친목모임을 위해 대구를 찾은 이모(69·제주도)씨는 “원래 대구 반월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광명으로 가는 형님을 마중할 계획이었는데, 파업 소식을 듣고 혹시 몰라 동대구역으로 모임 장소를 바꿨다”며 “3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맥주로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에 놀러 온 중학생 정모(15·김천)군은 승차권 구매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같은 날 포항역을 찾은 시민 정모(56·여)씨도 “몇 주 전 예매한 승차권을 잊고 지내다 파업으로 열차운행이 중단된 사실을 알았다”며 “다행히 시간대를 변경해 일정에 차질은 없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파업 첫날, 일부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으나 전반적으로 열차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대구본부에 따르면, 20일 동대구역 기준 KTX 운행률은 평시 대비 73.4%, 무궁화호는 66.4%로 줄었다. 새마을호는 100% 운행됐다.

평소 102대 운행되는 KTX 경부선은 철도노조 파업에 따라 73대로 줄었고, KTX 경전·동해선(평시 24·28대) 열차운행도 각각 6대 감소했다.

무궁화호는 노선별로 1대에서 최대 12대까지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경부선(46대→36대)과 경전선(12대→8대)을 비롯해 동해선(14대→8대), 동해남부선(30대→18대), 충북선(4대→2대), 경북선(10대→4대), 대구선(8대→6대), 영동선(6대→5대), 중앙선(4대→2대) 등 모든 노선에서 열차운행 수가 줄었다.

같은 날 파업의 영향으로 포항역을 거치는 KTX 상·하행 노선 32편 중 10편이, 무궁화 호 등 일반 노선 28편 중 12편이 줄었다.

하지만 포항역 매표창구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또 열차 이용객 중 다수는 미리 탑승할 열차의 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열차 운행이 정지됐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일부 이용객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포항에 위치한 농지를 관리하기 위해 한 달에 5∼6회가량 포항을 찾는 박재택(78·울산)씨는 “평소 태화강 역에서 오전 11시 기차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해 다음날 오후 4시께 돌아간다”며 “오늘(20일) 평소처럼 오후 시간대 기차표를 찾아보니 오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꼼짝없이 하루 더 포항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시외버스 생각이 났지만 울산행 버스 요금은 9600원으로 노인 우대 할인을 적용한 기차표 값인 3300원보다 3배가량 비싸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포항시민 정모(56·여)씨도 딸의 도움이 없었으면 서울에서 열리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뻔 했다.

정씨는 “몇 주전 기차표를 예매한 뒤 잊고 지내다 출발 전날 딸의 전화를 받고 중단된 사실을 알았다”며 “부랴부랴 환불 조치를 받고 시간대를 변경해 일정에 문제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기차를 타지도 못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RT 열차를 제외한 전체 열차운행률은 평시 대비 72.1% 수준이지만, 21일부터는 열차운행률이 60%대로 낮아질 예정이어서 경북·대구 지역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레일 손병석 사장은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철도노조 무기한 파업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손 사장은 “예고된 파업임에도 이를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사장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주말 논술·수시면접 등 대학입시를 치르기 위해 열차를 이용하는 많은 수험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열린 자세로 이번 사태를 이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철도공사 노사는 앞서 4조 2교대 전환에 따른 철도안전 인력 확보와 임금 정상화, 비정상적 체불임금 해소,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처우개선 합의이행,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KTX·SRT 통합 등으로 단체협상을 벌였으나 안전인력 확충과 수서발고속철도인 SR과의 통합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재용, 류희진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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