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삼촌설] 치세의 폭군
[삼촌설] 치세의 폭군
  • 설정수 언론인
  • 승인 2019년 11월 21일 17시 3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1월 22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버트 쇼 주연 영화 ‘사계절의 사나이’는 영국 왕 헨리8세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던 헨리8세는 재혼하기 위해 부인을 죽이고 단지 한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영국 ‘성공회’를 탄생시킨 에로스의 왕이었다. 여섯 왕비 중 두 명은 참수당했고, 두 명은 이혼당했으며 나머지 두 명은 병사했다.

첫 번째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 문제로 로마 교황에게 반기를 들고 “잉글랜드 국왕만이 잉글랜드 교회의 유일한 수장”이라고 공표, 최초로 개신교인 영국 ‘성공회’를 만들었다. 영국 모든 교회의 수장이 된 헨리8세는 “하느님 다음으로 높으신 폐하”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교회 수장에 비협조적인 가톨릭 교도들을 처형, 대법관이었던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도 이 때 처형 당했다. 가톨릭 수도원을 폐쇄, 재산을 몰수하는 등 강압 정치에 대항하면 반역죄로 다스렸다.

헨리8세는 자신이 쫓아낸 네 번째 왕비를 잘못 중매했다는 죄목으로 자신의 오른팔인 총신 토마스 크롬웰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처형했다. 일부러 목 베는 솜씨가 서툰 사람에게 사형을 집행하게 해 크롬웰의 목을 세 번이나 내려치게 했다. 만년의 헨리8세는 늙어빠진 육체에 몸까지 비대해졌지만 바람기만은 시들지 않았다. 자신보다 30살 아래인 캐서린 하워드와 재혼했다. 보석 같이 ‘귀한 여인’이라며 총애했지만 그녀의 추한 과거사가 드러나 목이 달아났다.

육체도 정신도 지칠 대로 지쳤으나 여체에 대한 관심은 그대로였다. 시골 귀족의 딸 캐서린 파아와 여섯 번째 결혼을 했다. 그녀는 두 번이나 결혼한 경험이 있는 여인이었지만 헨리8세는 죽을 때까지 그녀와 사이좋게 살았다. 여섯 번 째 결혼으로 살생으로 얼룩진 헨리8세의 결혼 행각에 종지부를 찍게 한 것은 그녀의 후덕한 마음씨였다.

“수도사들 수도사들 수도사들” 참회의 세 마디를 외치고 숨진 헨리8세는 악남이고 폭군이었다. 하지만 그의 치세는 영국 해군을 유럽 최강으로 만드는 등 부국강병으로 ‘해가 지지 않은 영국’을 만드는 기초를 닦았다.

불통과 독선정치로 국민의 삶을 파탄 내고 국민을 두 동강으로 갈라치게 해 국운을 쪼그라들게 한 ‘폭주대통령’과 비교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