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바람 장수
아니, 호박 장수
다른 아침에서 온 떠돌이 신발 장수

너는 짐짓 자신의 가슴 안으로 손을 찔러 넣어
쪼그라든 부레를 꺼내 흔들어 보이곤 했다
“알고 있었니 우리가 바다라는 거”
똥그랗게 물고기 눈으로 올려다보는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주곤 했다

저문 강물 쪽으로 서 있던 사진 속 아프가니스탄의 그 풍선 장수*처럼
너는 자전거 바구니 가득 풍선 다발을 매달고
바다시장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키다리 풍선 장수

부레 없는 고래가 애드벌룬으로 뜨는 밤
물고기 주둥이 술병과 함께 우리는 노래를 부르지만
딸꾹딸꾹 부레 같은 술병을 안고
번번이 다른 잠이 들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풍선 장수」: AP 통신의 기자가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
 


<감상>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에 풍선 장수가 있다. 풍선은 하늘로만 오르는 게 아니라 부레처럼 바다에서도 헤엄쳐 다닌다. 우리는 양수에서 태어났고, 고래의 후예이므로 물고기 눈을 가진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준다. 쪼그라든 풍선에 숨을 불어넣듯,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부풀게 하는 풍선장수는, 바람 장수이자 신발 장수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술병과 함께 노래로 신세타령을 해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꾸어 보지만, 꿈이 있기에 자전거 바퀴는 탱탱하게 굴러간다. 밤새 풀이 죽은 부레를 힘껏 부풀려 망망대해를 헤엄쳐 다닌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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