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낮은 뜬바위골 할매 집

토방에 군불 지피자

저도 고단했는지

쪽문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와

에고 삭신이야,

두 다리 뻗고 엉덩이 모로 몸을 누이는

쭈그렁 늙은







<감상> 겨울이 다가오면 토방 집은 뼈마디가 쑤시고, 할머니도 온몸이 쑤신다. 정기적으로 군불을 지펴야 토방 집이 무너지지 않고 근육과 뼈가 튼튼히 잘 유지된다. 군불이 틈과 틈을 잘 메워주니 온기를 불어주는 셈이다. 거기에 다리 뻗고 엉덩이를 모로 누워 몸을 누이는 할머니, 달덩이처럼 몸이 환하게 빛난다. 평생 입동(立冬) 무렵에는 군불을 자주 지폈으니 구들목도 구들구들 신이 났을 것이고, 장판도 시꺼멓게 그을렸을 것이다. 그을린 장판이 밤하늘의 어둠이라면, 아랫목에 누운 할머니는 보름달처럼 쭈그렁 늙어갈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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