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간 전국 누비며 꽃 칼럼 등 소개

김민철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에 꽃이 많이 나오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꽃의 특징은 무엇이며, 작품에서 그 꽃의 역할은 무엇이고 작품의 주제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나요.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한길사)저자 김민철은 지난 17년간 꽃과 한국문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왔으며 관련 주제로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 과정에서 박완서의 소설에 유독 꽃과 나무가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박완서의 작품에서 꽃은 가볍게 스치는 배경이 아니었다. 박완서는 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꽃이 지닌 특징을 인물이나 상황과 연결해 문학적 상징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박완서 소설은 크게 네 가지 주제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비판했고, 둘째, 한국전쟁을 생생하게 증언했으며, 셋째, 인간으로서의 여성에 관심이 많았고, 넷째, 노년의 삶을 농밀하게 다뤘다. 이 책은 네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박완서 작품과 꽃의 관계성을 말한다. 꽃을 통해 박완서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저자가 찍은 꽃 사진도 함께 실었다. 박완서의 따뜻하고 빛나는 작품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꽃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박완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론과 연구 성과가 있었다. 박완서 소설에 관한 석·박사 학위 논문만 330편이 넘고, 단행본도 10권 이상이다. 그러나 박완서 소설에 등장하는 꽃과 식물에 주목한 논문이나 책은 없었다. 꽃과 문학은 독립적인 영역이라 이를 아울러 탐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국내외를 통틀어 꽃으로 박완서 작품에 접근한 첫 시도다. 참고할 만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저자 김민철은 오랜 시간 박완서 작품을 읽어온 독자로서, 꽃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박완서의 작품과 꽃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꽃이라는 한 가지 소재로 대(大)작가의 삶과 대부분의 작품을 치밀하게 파헤쳤다. 2020년 박완서 9주기를 맞아 정성스럽게 만든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박완서
“우리는 그저 자연의 일부였다”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자신의 고향 개풍군 박적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아름다운 문체로 복원했다. 박완서의 고향집 너른 뒤란과 앞뜰에선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들이 피었다 지곤했다. 박완서는 “우리는 그저 자연의 일부였다”는 말로 그 시절을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박완서 소설에는 유독 꽃이 많이 나올 뿐 아니라 꽃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꽃을 주인공의 성격이나 감정에 이입하는 방식도 탁월하다. 이는 꽃의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꽃이 지닌 특징을 잘 알고 있던 박완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 김민철은 꽃과 나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박완서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의 각 장은 박완서 작품을 설명한 뒤 꽃이 등장하는 구절을 소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어떤 식물이며 작품 안에서의 역할, 의미, 상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박완서 주변에는 언제나 꽃이 가득했고, 꽃은 그녀에게 단순한 작품 소재가 아닌 행복이자 희망이었다. 손수 정성스럽게 가꾸고 오래 관찰했기에 그 특징과 아름다움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었다. 이제 박완서가 사랑한 그 꽃들은 박완서 소설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박완서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작품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2020년 1월이면 박완서 서거 9주기다. 얼마나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작가였는가. 작은 들꽃까지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겼던 ‘꽃의 작가’ 박완서가 다시금 그리워진다.

저자 김민철은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기자다.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소설을 읽었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박완서의 열렬한 팬인 것은 물론이다. 17년 전부터 야생화에 빠져 전국을 누비며 예쁜 꽃을 만나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칼럼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꽃이 등장하는 한국소설을 좋아한다. 꽃 이야기가 아이디어로 떠오르면 자다가도 읽어나 메모한다. 그 글을 모아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서울 화양연화’를 펴냈다. 조선일보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능소화
때죽나무꽃
복사꽃
복수초
싱아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