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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시대' 연말 송년회 풍속도 바뀐다
'워라밸 시대' 연말 송년회 풍속도 바뀐다
  • 이정목 기자
  • 승인 2019년 12월 05일 21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06일 금요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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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직원끼리 봉사활동…회식 대신 점심 식사
주 52시간·윤창호법 시행…먹고 마시는 문화 '옛말'
특수 사라진 지역 음식·교통업계 매출 반토막 '울상'
연말을 맞아 송년회 모임이 늘고 있다.
#1. 경산에 사는 직장인 김응두 씨(36)는 연말 직장인들 전체와 함께 송년회를 대신해 마니또(이태리어로 비밀친구라는 뜻)게임을 했다. 근무 시간에만 동료직원의 수호천사가 돼 한 주 동안 몰래 동료직원을 도와주다 보니 서로 간의 이해심도 생기고 무엇보다 퇴근 시간 뒤 일방적인 술자리를 하지 않고도 서로 간 마음을 통해 이해심이 생겼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2. 안동에서 올해로 6년 차 직장을 다니고 있는 유영훈 씨(34)는 지난해 연말 의미 있는 송년회를 보냈다. 매년 퇴근 시간 이후 술자리 회식으로 송년회가 열렸지만 지난해는 마음 맞는 직원들끼리 술자리에 드는 비용을 모아 연탄봉사활동을 펼치고 봉사활동 뒤에는 볼링을 치며 송년회를 가졌다고 한다. 마음 맞는 직원끼리 가진 행사다 보니 강제성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근무시간 뒤 일방적인 회식 분위기가 아니어서 너무 좋았다며 올해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3. 대구에 살고 있는 이정훈 씨(37)는 부서원들과 함께 올해 송년회를 간단히 커피 회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퇴근 시간 뒤 회식 일정을 잡으려니 부서원들의 눈치도 보였고 무엇보다도 윤창호 법 시행으로 회식 다음 날 숙취 운전에 대한 부담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서원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정착하면서 직장인들의 송년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퇴근 후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관점에 따라 점심시간을 이용한 오찬 송년회를 하거나 마음 맞는 동료들끼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식당가의 분위기를 보면 점심시간에도 단체 손님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데다 지역의 주요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식당가 등의 점심시간 예약문의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조금씩은 있지만 최대 30%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포항점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식당가의 예약 문의가 소폭 증가했지만 이 중에서도 점심시간을 활용한 예약문의가 눈에 띈다”며 “최근 점심시간을 활용한 단체손님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라밸을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회식 문화가 놀이 문화로 바뀌면서 마음 맞는 직장 동료나 지인들 끼리 모여 친목을 다지는 분위기도 증가하는 추세다.

숙박 앱 ㈜야놀자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1월 기준 12월 국내 호텔 예약 건수를 비교한 결과 71%가 증가했다며, “연말을 맞아 파티룸 등의 예약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16년 차 직장인 김정은 씨(42)는 “매년 송년회 시즌을 맞아 술자리가 큰 부담이 됐는데 최근 회식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며 “개인 시간을 빼앗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팀워크도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윤창호 법 시행 등으로 저녁 시간대 회식문화가 사라지면서 음식업, 교통업계 등의 매출이 크게 줄어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가 손님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이동인구가 줄어들어 택시 이용객도 줄어들고 더불어 대리운전기사 역시 수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기화서 경안신학대학원대학교 커뮤니티정책학과 교수는 “변화하는 송년회 문화가 워라밸 등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배제 할 수 없다”며 “시대적 흐름이 변하고 있는 만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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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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