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희생정신 잊지 않을 것"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거행된 독도 해역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 영결식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독도 해역에 추락한 소방헬기사고로 순직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대원들의 합동영결식이 10일 거행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대구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대원 5명에 대한 영결식을 60여 분 동안 치렀다. 앞서 지난 10월 31일 부상자를 헬기로 이송하다 독도 해역에 추락해 순직한 김종필(46) 기장과 이종후(39) 부기장, 서정용(45) 정비실장, 배혁(31) 구조대원, 박단비(29·여) 구급대원 등 5명은 소방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가족 100여 명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1800여 명이 참석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거행된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 영결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순직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앞서 달성군 현풍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노제를 마친 유가족들은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순직대원의 자녀 등 어린 유가족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 가만히 영결식을 지켜봐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의 슬픔은 더해졌다. 특히 동료 대원들의 고별사에서 순직대원들의 이름이 불리자 유가족들은 또다시 두 볼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정복 차림으로 참석한 수많은 동료도 눈가를 훔치며 순직대원들을 떠나보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소방을 아끼고 사랑해준 국민 여러분 5명의 영웅을 떠나보내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긍지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그대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하늘에서 흐뭇하게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저희가 국민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며 “고인들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가족들이 외롭고 슬프지 않도록 소방의 이름으로 보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소방청은 순직대원들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추서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인 김종필 기장은 끊임없는 역량 강화와 주위 동료를 알뜰히 챙기는 듬직한 동료이자 세 아이의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에 남게 됐다.

국내 최고의 대형헬기 검사관인 서정용 검사관은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탁월한 선임이자 아들과 딸을 사랑하는 따뜻한 가장으로, ‘닥터헬기’ 조종 경험을 가진 이종후 부기장은 믿음직한 조종사이자 동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항공팀 살림꾼’으로 불렸다.

결혼한 지 두 달 된 새신랑 배혁 구조대원은 지난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돼 힘든 수중 수색 업무에 투입됐던 유능하고 헌신적인 구조대원으로, 1년 차 새내기 박단비 구급대원은 쉬는 날 집에서도 훈련하며 세상에 진 빚을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갚겠다는 진정한 소방관으로 기억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순직대원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다섯 분의 희생이 영원히 빛나도록 보훈에 힘쓰고, 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 소방가족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고 김종필·서정용·이종후·배혁·박단비 대원과 같은 사고로 함께 희생된 이들 모두 안식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세종시 은하수 공원에서 유가족과 소방공무원 150명과 함께 화장식을 진행하고, 이날 오후 4시께 국립대전현충원에 유해를 안장한다.

한편, 지난 10월 31일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HL-9619호(EC225 기종) 헬기 한 대가 독도에서 이륙한 후 인근 바다로 추락해 소방항공대원 5명과 부상자와 보호자 등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수색 당국은 4명 시신을 수습했으나 김종필 기장과 배혁 구조대원, 보호자 등 3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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