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선거법은 민주당·똘마니들 독재…공수처 생기면 민주주의 붕괴"
주최측 추산 수천명, 본청 에워싸고 무단진입 시도…국회 사무처, 출입문 봉쇄
홍익표 "정치깡패", 심재철 "문희상이 일 키워"…문 의장 "책임 통감"

16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선거법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한 일부 지지자들이 본청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기동기자
자유한국당이 16일 주최한 ‘공수처·선거법 저지’ 규탄대회에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국회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본청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 및 당원·지지자들과 함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폐기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오전 11시께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손팻말 등을 든 채 본청 각 출입문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국회 사무처가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본청 정문 앞에서 집회가 시작됐다.

행사장에는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든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집회에서는 예산안 일방 통과와 아들 공천 논란이 일고 있는 문희상 의장에 대한 비판이 쏱아졌고, 참가자들은 ‘국민들은 분노한다! 2대 악법 날치기 반대!’라는 펼침막을 든 채 “세금도둑 민주당”, “날치기 공수처법”, “날치기 선거법”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공수처가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진다”며 ‘공수처 반대’와 ‘선거법 반대’를 20차례씩 외치자고 하면서 참가자들이 외칠 때마다 손가락으로 셌다.
1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선거법 저지’ 규탄대회에서 수 천명의 참가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기동기자
황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갑자기 이거 만들어서 민주당이 군소 여당들, 말하자면 똘마니와 원 구성하고, 이런저런 표 얻어서 160석 되고, 180석 되고 이러면 이제 뭐가 될까”라고 물었다. 몇몇 참가자가 “공산주의”라고 하자 황 대표는 “그게 바로 독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선거법은 죽어도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이 재연될 것을 우려한 듯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책잡히면 안 된다”고 국회 무단 진입을 만류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국회 진입 대신 본청 앞 계단의 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천막을 찾아 고함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회 집회와 관련,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황 대표와 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으로 퇴출당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제1야당이 선택한 것은 의회정치가 아니라 정치깡패와 다름없는 무법과 폭력이라는 점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당원 및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앞 선거개혁 농성장에 있던 정의당 당원 및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욕설을 장시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국회를 봉쇄하고 일을 키운 게 바로 문희상 의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를 유린하는 것은 일방적 날치기를 중단하라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을 위해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문 의장”이라고 비판했다.

문 의장은 입장문에서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며 “여야 정치인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국회에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며, 특히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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