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맞춤 변화로 저변 확대…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입성 노력"
화려했던 옛 영광 재현 포부 밝혀

지난 23일 구미신평초를 방문한 이태현 씨름 진흥원 이사장(가운데)이 대한민국 씨름 부흥, 세계화를 위한 포부를 밝혔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씨름판을 지배했던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 천하장사가 대한민국 씨름 부흥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용인대 격기지도학과 교수·대한씨름협회 이사·방송사 씨름 해설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씨름 발전 및 후배 양성에 노력해 온 그는 최근 인류 무형 문화유산 씨름진흥원 이사장 자리를 맡으며 ‘대한민국 씨름 부흥’ 및 ‘씨름의 세계화’에 몸을 던졌다.

그동안 침체한 씨름과 어려운 후배들을 위한 일이라면 전국 방방곡곡 달려간 그이기에 씨름진흥원 이사장 자리가 낯설지 않다. 이로 인해 기대 또한 크다.

사단법인 인류무형문화유산 씨름진흥원은 지난 2017년 씨름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남북공동)으로 등재되면서 씨름 원형 보존 및 전승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9월 설립됐다.

씨름진흥원은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씨름 발전을 위한 원형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연구·지식 공유사업·교육 및 연수·학술대회 및 국내외 포럼·기록과 자료수집 및 보급·씨름을 통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대회 및 세계화 사업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3일 구미신평초를 방문한 이태현 이사장을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김천에서 태어난 이태현은 구미초와 씨름 명문학교인 의성중·고를 나와 1993년 청구 건설 씨름단으로 프로에 데뷔한 뒤 현대삼호중공업 씨름단으로 옮겨 2006년 종합격투기에 뛰어들 때까지 13년 동안 천하장사 3회·지역장사 12회·백두장사 18회 등 한국 씨름판을 호령했다.

이후 2년간의 격투기 선수생활을 끝낸 그는 2008년 구미시청 씨름선수단으로 복귀해 2010년 설날장사씨름 및 문경 단오씨름장사대회 백두장사에 오른 뒤 2011년 현역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현역시절 씨름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위해 용인대에 진학할 만큼 씨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그는 자신을 씨름 선수로 이끌었던 경북씨름이야 말로 한국 현대 씨름의 유래라며, 씨름 부흥의 첫 출발도 경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날 전라도는 오른씨름, 경상도는 왼씨름, 경기도는 빠 씨름, 충청도는 띠 씨름 등 지역마다 씨름 스타일이 달랐지만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경상도로 모이면서 경상도 씨름이 전국적으로 퍼져 현재 씨름으로 됐다는 유래가 있다”며 “남을 크게 해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힘과 기술로 상대를 제압해서 넘어뜨리고 승부가 나면 곧 화합으로 이뤄지는 게 바로 우리 씨름”이라고 씨름 애찬론을 펼쳤다.

그는 씨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무엇보다 먼저 씨름의 세계화에 나서야 하며, 그 첫걸음으로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씨름을 전수하면서 학문적으로 씨름을 좀 더 파고드는 것도 제 일이지만 보다 심층적으로 씨름 진흥을 위해 해야 할 일 또한 많다고 생각한다”며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발전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씨름이 어떠했는지 역사적으로 알고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목청을 돋웠다.

이어 “따라서 대한씨름협회를 주축으로 원형 씨름에 대한 발굴부터 시작해 보존 및 저변 확대에 이르기까지 큰 계획을 세우고, 씨름진흥원은 씨름에 대한 본질적인 면을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씨름을 보급해 씨름이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과거 백두급이 씨름의 전성기 시절을 이끌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태백·금강 등 경량급으로의 중심이 이동한 현대 씨름 트렌드에 대해서도 반겼다,

그는 “최근 씨름의 흐름이 바뀌면서 태백·금강급의 박진감 넘치는 씨름이 중심에 있다”며 “현대 트렌드에 씨름이 맞춰 간 것으로 기분 좋은 변화이자 스포츠도 이제 트렌드에 맞아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장사·선수·교수·해설 위원에 이어 이제 이사장까지 맡고 있지만 저를 어떻게 부르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편하신 대로 불러 주고, 단 하나 저를 기억할 때 이름이나 단체보다 씨름을 꼭 먼저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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