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관찰되고 있다고 생각한
금붕어는 다른 어항을 찾았다.
거기에서 금붕어는
어제 죽은 정원사의
푸른 그늘을 좀 더 잘 엿볼 수 있었다.
죽은 자는 서서히,
생전에 그가 바라보던
나무들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붕어는
정원사의 손의 무덤 밖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들을
부드러운 입술로
잡아당길 수 있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상> 갇혀 있는 답답한 세상에서 금붕어는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른 어항을 찾아 헤매다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바라보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겠죠. 또한 죽음의 푸른 그늘까지도 조금 엿볼 수 있었을 테죠. 생전에 고개 숙여 간절히 바라본 것은 죽어서 그 대상으로 변하여 간다는 시인의 말이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지극 정성으로 신을 모신 노부부는 죽어서 신전의 두 그루 나무가 되어 나란히 볼 수 있었다죠. 금붕어는 한 순간이라도 꽃의 영원을 잡고 싶어 새 어항을 찾아 나섰을 겁니다. 그런데 그 영원을 부드러운 입술로 잡을 수 없기에 삶은 허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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