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며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20대에 대해 법원이 해당 신념이 깊고 확고하거나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4형사항소부(이윤호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2월 24일까지 입영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 안에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평화주의 신념에 다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어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음을 뜻하는데,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병역거부가 있기 전까지 재학생 및 자기계발 사유로 병역 연기원만 제출해 징집을 연기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언급한 적이 없고, 2018년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 선고를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내세운 점을 지적했다. 또 2018년 12월 10일 부모와 상의 후 입영하기로 했다면서 병역거부 입장을 번복했다가 12월 24일 입영하지 않은 점, 부모와 대화 과정에서 심한 말을 듣고 군대를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고 다투지 않았다면 병역을 이행했을 수도 있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말하는 신념이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지 않으면서 깊고 확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소년 교육, 위안부 피해 여성 관련 사회활동 외에 집총 거부 관련 활동을 했다거나 정치적·사상적 신념을 외부에 계속 밝히거나 실현하려는 노력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 군 입대 의사를 밝힌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기회를 다시 한 번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