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5인 이상 모임금지 유지…4인 가족 위주 관광지 '인산인해'

설 연휴 시작인 11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표가 매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두 번째 맞는 큰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설캉스(설날+호캉스)족과 나 홀로 휴가를 즐기는 셀캉스(셀프+바캉스) 족, 차박(차+숙박)족 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이 코로나19 예방 및 재확산 방지를 위한 가족 간 모임 자제 권고였다면 이번 설을 앞두고 정부는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제재’를 통해 설 모임을 금지했다.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코로나19 ‘재유행’을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자 설 연휴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이 없어 부모님을 찾아가도 되지만 아예 홀로 지내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구미에 사는 A(35·여) 씨 가족은 이번 설에 대구에 있는 호텔로 설캉스를 떠날 계획이다.

구미와 경기도에 계신 양쪽 부모님 모두 일찌감치 지난해 추석과 같이 이번 설에도 모이지 말자고 했다. A 씨 가족은 3명으로 시댁에 가면 5명, 친정에 가면 7명이 모이게 돼 친척들을 만나지 않더라도 5명이 넘는다.

A 씨는 “양쪽 부모님 모두 건강이 먼저라며 먼저 오지 말라고 하셨다”며 “지난 추석에는 아이와 함께 집에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편, 아이와 함께 호텔에서 지내볼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이지 말라고 했더니 놀러 가느냐 할 수 있지만, 호텔에서 나가지 않고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설캉스족들의 목적지는 전국으로 향해 설 연휴가 시작되는 11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이미 매진이다.

대구에 사는 B(44) 씨는 혼자 사는 집에서 설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미혼인 B 씨는 부모님이 계신 집에 가도 5명이 넘지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본인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도 그 뜻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동안 직장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식, 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혼자 즐기는 생활이 익숙해진 B 씨는 집에서 그동안 못 본 영화와 드라마를 볼 계획이다.

B 씨는 “좀 아쉽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조심하려 한다”며 “다음 추석은 예전 명절로 돌아가 부모님과 친척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상가족부의 방역수칙 준수와 평등한 가족문화 메시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2월 11일~2월 14일)에도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유지돼 거주공간이 다른 가족끼리 모일 때는 4명까지만 가능하다. 또한 모임 인원 기준에 나이 제한은 없어 영·유아도 1인으로 산정된다.

설캉스가 설 이동 금지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우려도 있다.

C(60) 씨는 “설 명절에 가족 간의 모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동하지 하라는 건데 여행을 가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아무리 방역지침을 준수한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신종 ‘차박족’도 등장했다.

포항 칠포 등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는 해수욕장 곳곳마다 차량이 대거 몰려 텐트를 임시로 치며 단시간 머무르는 캠핑형태가 쉽게 포착되고 있다.

시민 장주영(41·여)씨는 “무료에다 캠핑용품 등 짐을 많이 실을 필요 없이 간단하게 치킨과 맥주만 사들고 차 트렁크 뒤에서 의자에 앉은 채 바닷가 풍경을 감상한다”며 “물가가 오른 탓에 호캉스 등은 엄두도 못 낸다”라고 말했다.

일부 차박족들은 캐인 캠핑카를 가져오거나, 차량 뒷트렁크를 열어둔 채 텐트를 덮어씌워 설치하는 형태로 임시 ‘베이스캠프’를 꾸리기도 한다.

1박에서 2박씩 머무르는 인원들도 있다.

가족 단위가 가장 많고, 이어 젊은 연령층들의 부부단위 모임과 동호회 회원들의 번개모임 등이 구성돼 있다.

이들은 차박족의 탄생 배경이 코로나로 인한 물가 상승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현재 상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 간 이동, 여행 및 모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감염 확산의 위험성을 높게 본 정부도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인 현재의 거리 두기 단계를 14일 자정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여행·이동 자제 등 설 연휴에 대한 방역대책도 변함이 없다.

여성가족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가족들이 정을 나누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방역수칙 준수와 평등한 가족 문화로 안전한 설날 보내세요’ 가족 실천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여성가족부가 권장한 실천 내용은 이동은 자제하고, 온라인으로 가족·친지 간에 정을 나누는 ‘몸은 멀어도 마음은 함께해요’, 고위험·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는 ‘철저한 방역수칙, 기억하세요.’ , 자녀 돌봄,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 등을 성 역할 구분 없이 함께 하는 ‘가사와 돌봄은 나눠보세요’ 등이다.

명절 기간 이동 자제와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2월 14일까지 여성가족부 누리집에서는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는 가족·친지에게 인사와 격려의 덕담을 남기는 ‘따뜻한 설날 인사 함께 나누어요’ 이벤트도 하고 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족과 이웃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이번 설 명절에는 이동을 자제하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주시길 부탁한다”며 “비대면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몸은 멀어도 정은 넘치는 행복한 설을 보낼 수 있는 ‘가족 실천 캠페인’에 많이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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