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다. 제조업 경쟁력 세계 3위의 세계 경제규모 10위 국가다. 또한 미국 바이든 정부가 국가안보차원의 문제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에서도 한국은 수출액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영화와 음악 등 문화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부문이 정치다. 흔히 ‘한국 국민은 일류, 기업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 한다. 삼류 정치의 상징어가 ‘꼰대’정치다. ‘꼰대’는 경북과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한 단어다.

‘꼰대’는 ‘번데기’의 영남 사투리 ‘꼰데기’가 어원이라거나, 프랑스 백작 ‘콩테(comte)’의 일본어식 발음으로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받은 작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무엇이 옳든 간에 ‘꼰대’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자기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85년생 0선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됐다. 그간 구태를 반복하는 ‘꼰대당’이란 프레임이 씌워졌던 ‘국민의힘’이 일거에 이미지를 일신하게 됐다. ‘삼류’라는 정치판에 대한 국민의 혁신 열망이 36세 제1야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세대교체 주도권을 확실하게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벌써 ‘더불어꼰대당’이란 말이 나온다.

이 신임 대표가 같은 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의 “섣불리(이 대표를) 경계하고, 꼰대식으로 가르치려고 들지 말자”는 SNS 글에 “시장님, 항상 많이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선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몸을 낮췄다. 이 대표의 등장은 한국 정치사의 획을 긋는 사건이다. 여야를 떠나 ‘꼰대정치’, ‘삼류정치’를 청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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