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현재 대학생이 된 A씨(20·여)는 중학생 시절 국내 유일의 주니어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태권도 선수였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2관왕 장혜진 선수와 함께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대에도 올랐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태권도 기대주였다.

민낯은 달랐다. 경북의 한 중학교 태권도부에서 운동을 하던 2015년 3월께 2학년 후배가 보조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고, 1학년 후배 2명에게도 훈련 태도를 지적하면서 폭언과 폭언을 일삼았다. 6개월 뒤에는 기숙사 세면실에서 세수를 하던 후배의 머리채를 잡은 채 20분 간 끌고 다니기도 했다.

2016년 1~2월 동계훈련 기간에는 훈련 후 쉬고 있던 후배들을 무릎 꿇린 뒤 나무 빗자루로 발바닥과 손바닥을 때렸고, 대걸레 자루와 젖은 수건으로 엉덩이와 팔뚝 부위도 때렸다.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에 목검으로 엉덩이를 때렸고, 태권도 발차기를 할 때 사용하는 미트의 날 부분으로 후배들의 머리와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1개월 15일 동안 2학년 후배와 1학년 후배는 A씨로부터 유독 더 잦은 폭행을 당했다.

대학생이 된 A씨는 중학생 시절 저지른 범행 때문에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됐다. 대구지법 제4형사단독 김남균 판사는 상습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김 판사는 “엘리트 체육선수는 정정당당한 승부와 공정성, 동료애를 핵심 가치로 해야 하는데도 선배라는 지위에 기대어 저항하지 못하는 후배 선수들을 반복적으로 폭행한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현재에 와서라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후배들 폭행 당시 형사미성년자를 갓 지난 만 14세의 미성숙한 소년이었고, 엘리트 체육선수를 양성하는 중등교육 현장에서 교육자와 학생 사이, 선후배 사이에서 폭행이 훈육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관행이 다소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서 보호와 교양의 대상인 학생 신분이었던 피고인만을 탓하는 것은 가혹한 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사건 발생 당시 사법절차가 개시됐다면 피고인은 소년보호처분의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