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우 행정사회부 기자

국가 안보는 한 나라의 존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안보와 관련해 수많은 역사 기록이 남아있다.

고구려 호동왕자와 사랑에 빠진 낙랑공주는 자국의 국보이자 경보기인 자명고를 찢어버리면서 낙랑은 고구려군에 의해 멸망했다.

고구려의 팽창을 두려워한 낙랑공주의 아버지인 낙랑왕이 딸을 통해 친선을 도모하려했지만 오히려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게 되는 비극이 됐다.

서양에서도 안일한 안보태세를 갖추다가 전쟁의 판도가 뒤바뀌며 종결된 경우도 있다.

바로 ‘트로이 목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발발한 ‘트로이 전쟁’은 10년 동안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쉽사리 승부가 결정 나지 않았다.

이에 현명하고 꾀가 많기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한가지 전략을 짜낸다.

군대 내 기술자들을 불러모아 거대한 목마를 만든 뒤 자신을 따라 목마 안에 숨을 29명의 용사를 선발했다.

오디세우스가 소속된 아카이아 연합군은 아테나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을 마무리한 뒤 목마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철수한다.

트로이 군 정찰대는 텅 비어버린 진지 한복판에 거대한 목마 하나만 놓여진 것을 보고 성에 돌아가 보고했다.

당시 성안에는 “아카이아 연합군이 남기고 간 목마를 트로이 성안으로 들이면 트로이가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언이 널리 퍼져있었다.

이는 오디세우스가 일부러 퍼뜨린 거짓 예언이었다.

이를 알아챈 일부 트로이 인사들은 의심한 채 목마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기도 하고 오히려 목마를 들여오면 트로이가 망한다고 반대 예언까지 했지만 오디세우스의 재치와 아폴론 신의 저주로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국 안심한 채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던 트로이인들은 야간에 목마 안에서 뛰쳐나온 30명의 정예가 활짝 열어놓은 성 정문을 통해 대규모로 쳐들어온 아카이아 연합군과 마주하게 된다.

끝내 트로이 성이 함락되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트로이전쟁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한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러온 셈이었다.

최근 무허가 대규모 수상 오토바이 기동으로 인해 관련자들이 포항해경에 의해 대거 불구속 입건됐다.

국가 ‘가’급 보안시설인 포항항을 통과하는 경로를 가졌기에 포항해수청에서는 검토 이후 공문을 보내 이를 허가하지 않았지만 행사 측은 이를 무시한 채 행사를 강행했다.

포항 바다는 포스코와 인접하면서 각종 화물선이 오가는 등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핵심 보안구역이다.

포항 해경이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허술한 보안의식이 이어져 허가받지 않은 행위로 인해 인명피해와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느 누가, 어느 기관이 그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할까.

공기관의 엄격한 관리감독 속에 또 하나의 트로이목마가 포항지역 안보에 또다시 구멍을 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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