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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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이 시작된 지 2년이 다 됐다. 벌써 세 번째 맞는 ‘코로나 명절’이다. 코로나는 명절 풍속까지 바꿔 놓았다. 매년 1월 퇴계 이황의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모시는 퇴계 종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퇴계 450주기였던 올해 불천위 제사는 100여 명의 일가가 비대면 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한 랜선 제사를 올렸다. 일가친척이 상 위에 올려진 노트북 화면을 향해 절을 올리는 생경한 모습이었다.

안동 하회마을의 서애 류성룡 종가는 지난해부터 명절과 제사를 최소 인원으로 축소했다. 불천위 제사는 기본적으로 80여 명이 모였지만 10여 명으로 참례 인원을 줄였다.

옛날부터도 조상에 제사를 올리는 데는 때와 형편에 따라 예법이 다른 것을 허용했는데 이를 ‘가가례(家家禮)’라 한다. ‘가가례’라지만 명가의 자존심으로 변함없이 봉행해 온 불천위 제사 풍속까지 코로나가 이렇게 바꿔 놓은 것이다.

차례 음식도 양과 가짓수가 간소하게 변하는 추세다. 다락같이 오른 물가도 원인이겠지만 비대면 차례의 영향이 크다. 제수(祭需·제사에 쓰는 음식물)로 쓸 과일 세트는 물론 생선과 고기, 각종 전 등이 밀키트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제수 용품 온라인 주문 배달 풍경이 일반화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제사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제사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의 조선 시대 통치 원리의 핵심 윤리 행위다. 그래서 ‘조선은 유교로 정치한 나라’라 했을 정도다.

위드 코로나 시대, 퇴계도 제사에 대해 “현실에 맞게 옛 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고 했듯이 형편에 맞게 방역 기준을 잘 지키면서 정성을 다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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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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