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 계명대 교수 "교환사업 단기적, 서둘러 기준·규제 마련해야"

대구 동구 신암5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 주민이 가져온 젤 성분 아이스팩 4개를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주고 있다. 동구청
대구 동구 신암5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 주민이 가져온 젤 성분 아이스팩 4개를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주고 있다. 동구청

“10ℓ로 2개 드릴까요? 20ℓ로 1개 드릴까요?”

대구 동구 신천1·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젤 성분 아이스팩을 건네자 직원이 교환할 종량제 봉투 용량을 되물었다. 젤 성분 아이스팩 4개를 10ℓ 종량제 봉투 1장으로 교환할 수 있는데, 9개를 가져가자 필요한 용량을 다시 물은 것이다. 아이스팩 9개를 10ℓ 종량제 봉투 2장과 교환하고, 직원의 요청에 따라 이름과 주소를 적었다. 구청 예산으로 집행되는 사업이어서 지역 주민임을 확인하는 절차다.

동구청이 아이스팩·종량제 봉투 교환 사업을 추진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환경을 보존하려는 추세에 맞춰 구청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구청에서 지난 7월과 8월 두 달 동안 거둬들인 아이스팩은 9240개로, 1만 개에 달했다. 교환된 아이스팩은 불량품 선별 후 세척과 소독 과정을 거쳐 안심스티커 부착과 함께 공급처로 전달된다. 지난 7월 거둔 아이스팩 가운데 약 2500개가 지역에 재활용된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아이스팩 교환량이 많아 애초 월 1회 수거에서 2회로 횟수를 늘렸다”며 “아이스팩 교환 사업의 인기가 많고, 수요처도 많아서 자원 순환 차원에서의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효과로 대구 지자체 대부분이 아이스팩 교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달서구청이 ‘아이스팩 모아 다시 써요’(모다요) 사업을 시작했고, 중구청은 지난달부터 젤 성분 아이스팩 5개당 10ℓ 종량제 봉투 1개를 교환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자체마다 아이스팩 교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환경을 위협하는 아이스팩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가구가 증가했고, 신선식품과 냉동식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젤 성분의 아이스팩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올해 3월부터 두 달 동안 온라인식품 배송에 사용된 아이스팩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따른 신선식품 주문량이 50%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아이스팩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대구 동구청에서 재활용 목적으로 수거한 젤 성분 아이스팩.

특히 시중에 풀린 아이스팩 가운데 젤 성분의 고흡수성수지가 냉매로 들어있는 아이스팩 비중은 4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친환경 아이스팩 생산량이 전년 대비 22% 증가하는 등 정부의 환경보호정책에 따라 친환경 아이스팩 생산·유통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환경을 위협하는 아이스팩은 여전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젤 성분 아이스팩 교환사업을, 환경부는 아이스팩 정보 전달과 함께 오는 2023년부터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을 폐기물부담금 대상품목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환경전문가는 법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해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전공 김해동 교수는 “아이스팩 교환 사업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재사용할 수 없다면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원칙부터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맹점이 규제 없이 처리 비용을 싸게 하는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마구 쓰고 버리게 된다”며 “선진국 의식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선진국도 국민의 솔선수범만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 게 아니다. 그 나라에서 규제와 기준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종류를 섞어 만든 탓에 재활용 안 되는 플라스틱 같은 경우는 태워버려야 한다”면서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고 그럴 수 없다면 규제를 강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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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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