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고대 민족이 혼합돼 이루어졌다. 특히 튀르크 부족은 오늘날 튀르크 어와 이란어 집단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은 튀르크 계통 국가이고,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계 나라다.

유목 민족이 혼재한 연유로 역사상 하나로 통합된 적이 없다. 영토가 아닌 사람을 지배한 탓이다. 동양과 서양의 가교로서 여러 종교가 접촉한 공간. 과거엔 문명 세계 주변부로 여겼으나 현대엔 유라시아 역사 중심축으로 여긴다. 근대 이전에 거대 제국이 출현한 곳이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는 스텝 거주 알타이어 유목민과 오아시스 거주 인도유럽어 정주민이 흥망의 주체였다. 목초를 찾아 옮기는 유목민은 농경민에 비해 우월한 삶을 산다고 자부한다. 정착민이 되는 것은 신분 추락을 뜻했다. 학자들도 유목 활동을 특수 환경에 적응한 성공적 생존 방식으로 본다.

유목 사회는 독특한 문화를 가졌다. 초원을 하늘의 선물이라 여기고 함께 공유한다. 들판의 양부는 서열을 나눈다. 물이 풍부한 양질의 풀밭은 힘을 가진 유목민 몫이다. 또한 가축들 숫자로 빈부를 가름한다. 이동을 기저로 살아가는 까닭에 부의 축적이 제약돼 쏠림 현상이 적다. 덕분에 평등한 구조를 갖는다.

말은 가장 존중시되는 동물.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광활한 평원을 장악하는 수단이 되었다. 중국 대륙의 경우 알타이 유목민이 세운 다섯 왕조가 기원후 일천 년간을 지배했다. 게다가 유목 민족들 이주 도미노로 세계사는 격렬히 요동쳤다. 흉노족과 고트족과 게르만족 그리고 몽골족이 그러하다.

역사엔 발생 연도를 외울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건이 있다. 751년 아랍과 당나라가 격돌한 탈라스 전투도 그중 하나다. 이로써 중국은 투르키스탄 서부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고 중앙아시아는 이슬람 세계가 되었다.

이슬람은 복종을 의미하며 무슬림은 순종하는 신자를 가리킨다. 메카 출신 상인 무함마드가 창시했다. 그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계시를 받았고 이는 쿠란으로 집대성됐다. 일신교·예언·종말론이 핵심이고 올바른 실천을 강조했다. 아랍어 알라는 인간을 다스리는 신을 지칭한다.

7세기 중엽 칼리프 자리를 두고 계승 다툼이 벌어지면서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렸다. 전자는 무함마드 가계 세습을 지지했고 후자는 능력 있는 인물의 선출을 주장했다. 작금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칸다하르에서 결성된 수니파 무장 단체다.

언젠가 미국 국무부 테러리즘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 이후 10년 동안 테러 희생자는 16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 이슬람권 국가에서 발생했다. 종교 분쟁은 어떤 문제보다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르코 폴로는 세계 여행의 선구자 격이다. 13세기 베네치아 상인으로서 실크로드를 따라 동방을 유람했다. 17살 때인 1271년 탐방을 시작해 1295년 귀환했다. 장장 24년 여정. 몽골 제국 전성기를 이룬 쿠빌라이 칸이 다스린 원나라에서 17년간 관직 생활을 하며 각지를 다녔다.

쿠빌라이는 개방된 신앙심 소유자다. 그는 마르코 폴로의 물음에 답한다. “다들 숭배하는 4명의 예언자가 있다. 기독교인은 예수 그리스도, 사라센인은 무함마드, 유대인은 모세, 그리고 불자는 석가모니라 한다. 나는 이분들 모두 존경하고 도움을 구하고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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