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가끔 세계 전도를 펼치고 지구촌 지리적 공간을 살펴보곤 한다. 과거 여행한 도시를 추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는 ‘구글 어스’를 통해 한층 쉽게 접속할 것이다. ‘스트리트 뷰’ 서비스로 현장감 있는 거리 모습도 관찰하리라.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는 산줄기가 거대하다.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티베트 고원 일대엔 해발 7000미터 넘는 고봉이 죄다 모였다. 히말라야를 비롯한 산맥들은 자연적 경계를 이루고 건조한 기후대와 불모지를 형성한다.

특히 나의 눈길을 끄는 점은 한때 제국을 이뤘던 국가다. 여전히 제국으로 존재하는 나라도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그러하다. 사전상 제국주의는 우월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력 팽창을 꾀하는 침략주의를 뜻한다. 흔히 사용하는 미국 우월주의나 예외주의도 비슷한 개념.

인류 역사상 수많은 제국이 명멸했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는 동방 원정으로 마케도니아 제국을 건설했다. 그의 사후에 영토는 삼분됐고 헬레니즘 시대가 펼쳐졌다. 서양 문명의 원형인 고대 로마 제국은 기원전 2세기 이후 제국주의 노선을 채택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당시 로마인은 지중해를 ‘내해’ 또는 ‘우리 바다’로 불렀다. 로마 제국 전역을 나타낸 포이팅거 지도는 페르시아와 인도도 포함됐다. 황제들은 알렉산드로스를 본받아 그곳을 지배한다고 강변했기 때문이다.

풍수상 명당이란 잣대를 국가 단위에 대입할 경우 지금 이란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대 제국이 연달아 세 개나 발흥한 탓이다. 아케메네스 왕조는 기원전 6세기 키루스가 세웠다. 바빌로니아를 멸하고 그리스 정복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결국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제압됐다.

이어서 기원전 247년 파르티아 왕조가 등장했다. 로마와 한나라 중간에 자리해 500년 가까이 유지됐다. 이란의 마지막 제국인 사산 왕조는 서기 224년 파르티아를 물리치며 창건됐다. 당대 동로마 제국과 다툰 강국으로 사라센 제국에 멸망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 있을 뿐이다. 한데 역사는 ‘if’를 반추하는 아쉬움. 실제의 물줄기 대신 ‘만약’이란 새로운 갈래로 교훈을 찾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고대 이래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한 화두가 있다.

만일 알렉산드로스가 동방 원정이 아닌 서방 출정을 감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곳엔 로마가 버티고 있었다. 역사가 리비우스는 이를 언급한다. 결론은 로마가 이겼을 것이라며 일곱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오늘날 제국은 영토가 아니라 기지 형태로 존속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식민지는 포기하고 군사 기지에 집중했다. 러시아는 9개이고 영국과 프랑스는 13개 정도다. 반면 미국은 세계 도처에 800개가 넘는다.

외국에 산재한 수용소, 섬나라 식민지와 비밀 군기지, GPS 안테나 기지국, 스마트 정밀 타격, 네트워크, 항공기 및 드론은 미국 권력의 상징. 특히 산업계 전반에 걸친 표준화를 주도하고 영어의 세계화로 특별한 지위에 올랐다.

최고의 제국인 미합중국. 유일 초강대국으로 독보적 위치를 점한다. G2 시대를 이끄는 다른 축인 중국은 첨단 기술과 국부에서 아직은 열세로 평가된다. 패권국은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판관 역할을 맡는다. 한중일 과거사도 로비 대상인 워싱턴 K스트리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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