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 어느 대학교수가 강의 도중 갑자기 1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들고 “이거 가질 사람 손 들어 봐요”라고 했다.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다시 10만 원짜리 수표를 꼬깃꼬깃 구겨서 “이거 가질 사람 손 들어 봐요” 했다. 역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그 수표를 발로 밟고 흙을 묻혀서 “이걸 가질 사람” 했더니 역시나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구겨지고 더러워져도 십만 원짜리 수표의 가치가 변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인간의 가치도 구겨지고 더러워질 때가 있어도 언제나 소중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실패하고 사회에서 버려지는 일이 있어도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수의 가르침이다.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하고, 동시에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헌법상 최고의 원리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 원리는 모든 국가 권력을 구속하고 있다. 즉,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 질서의 최고 구성 원리이며, 국가 권력 행사의 한계이다. 어떤 국가 권력이든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쳐서는 안 된다. 인간은 인격의 주체로서 존귀한 가치를 지니므로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가치를 존엄하게 만들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다이아몬드나 인간은 얼마나 투명하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다이아몬드가 투명할수록 비싼 값을 지니듯이 인간의 삶도 투명해야 존귀해진다. 또 보석은 가벼울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생각이나 행동이 가벼우면 인정받지 못한다. 색깔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보석의 신비한 빛처럼 인간의 삶에도 나름의 빛과 향기가 있어야 한다. 보석의 빛과 인간의 향기는 갈고 닦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인간은 자기 수련은 물론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 가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주위에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시대 왕비 간택의 일화 중 하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을 물었다. 한 규수가 목화라 했다. 목화꽃에서 얻은 목화로 솜을 만들고, 옷을 만들어 만백성을 따뜻하게 살리기에 아름답다고 했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사람 살리는 데 두었다. 비단과 걸레의 비유도 있다. 비단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나 걸레는 모든 사람이 더러움을 닦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과 주변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고흐와 피카소는 위대한 화가다. 이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예술가인가는 말하기 힘들지만 누가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쉽다. 고흐는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해 좌절을 거듭하다가 37세에 목숨을 끊었고, 피카소는 최고의 화가로 대접받으며 풍요 속에 90세가 넘도록 장수했다. 두 화가의 다른 삶의 원인으로 ‘인맥, 인간관계의 차이’를 들고 있다. 고흐는 사후에 더 높은 인정을 받지만, 생전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좌절하여 생을 마쳤다. 보통의 사람 중에도 지지리 복이 없는 자가 있다. 죽어라고 고생해서 먹고살 만하면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이다.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돈벌이에만 매달리다가 형편이 좋아질 때 생을 마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모르거나, 알아도 살리지 못하고, 현명한 사람은 인연을 살려 아름다운 삶을 누린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삶, 투명하면서도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지닌 삶,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원만한 인간관계로 좋은 인연을 소중히 가꾸며 살아왔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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