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관 "6년간 1천여개 감소…금융취약계층 지원방안 마련돼야"

은행 점포 자료사진.
은행 점포 자료사진.

포항시민 박정자(63·가명)씨는 10년 이상 거래해 오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수개월째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으로 30분씩 걸어서 방문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외출이 어려워지자 아들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 뱅킹 앱을 시도해봤지만 배우기도 어렵고, 익숙해지지 않아 결국 사용을 포기했다.

박씨는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거래 은행을 바꾸라고 하는데, 다시 예금·적금 통장 등을 만들어 돈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아들과 며느리는 핸드폰으로 세금도 쉽게 내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양말 한 켤레를 살 줄 몰라 답답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거래 중인 은행마저 문을 닫는다면 정말 막막해질 것 같다. 고령자를 위한 쉬운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거래를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재편되면서 은행권의 점포 수가 6년 만에 950여개 줄었다.

이에 따라 고령자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은행권의 점포 축소와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281개에서 올 상반기 6326개로 955개 줄었다. 올 하반기에는 6183개로 143개 점포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6년 동안 총 1098개의 은행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별로는 시중은행이 2015년 말 4314개에서 올 하반기 3380개로 934개 줄어든다. 지방은행은 964개에서 847개, 산업은행·기업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은 2003개에서 1956개로 각각 감소한다.

지역별로는 올 상반기 기준 수도권과 광역시의 점포 수는 4824개, 비대도시권은 1502개다.

은행권의 점포 축소는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주지역 내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주민들의 금융접근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 3월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종합수준을 100%라고 봤을 때 고령층, 농어민, 장애인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각각 68.6%, 77.3%, 81.3%에 그쳤다.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 또한 고령층은 41.1%로 일반국민(100%)에 비해 낮았다.

또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현금 이용비중은 68.8%로 전체 현금 이용비중(26.4%)에 비해 높았고, 현금인출을 위해 금융기관 창구를 이용하는 비중도 53.8%로 전체 평균(25.3%)에 비해 2배 이상을 기록하는 등 직접 점포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면창구가 줄어듦에 따라 발생하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여러 개의 은행이 하나의 공간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인 공동지점 설치를 논의 중이지만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점포 폐쇄절차 기준을 강화해 지나치게 빠른 점포 감소를 막기 위한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했지만 올해 폐쇄 예정인 점포 수는 221개로 전년(304개) 대비 큰 차이가 없어 실효성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구형 입법조사관은 “현재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발표하는 정책과 대책들은 명확한 대안과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국과 업계는 금융소외현상 최소화라는 통일된 방향을 갖고 실효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과 대면거래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으로부터 소외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공동점포 운영과 같은 하드웨어 대책과 교육 및 UI 구축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선을 망라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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