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란 TV프로에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나와서 한정식과 보쌈 칼국수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다.

두 후보가 음식을 먹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맛있게 먹으며, 식객 허영만 화백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 후보는 미천했던 어린 시절과 부인을 등장시켜 현재의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음식을 맛보고 대화에 응하는 모습이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느낌, 개울물처럼 변화에 능한 모습이었다. 지자요수(知者樂水)에 가까운 처세였다.

다른 한 후보는 몸집만큼이나 듬직한 모습, 젓가락에 집힌 음식의 양도 엄청 많았고, 세련되게 보이지 않았으나 우직함이 묻어났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의 느낌이 들었다. 두 후보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고, 허영만 화백의 리드가 좋아서인지 자연스러웠다.

맛을 나타내는 우리말 중에 ‘훈감하다’가 있다. 맛이 진하고 냄새가 좋다. 또는 푸짐하고 호화롭다는 뜻이다. 해가 지고 싸늘한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가면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이 생각난다. 동태국도 좋고, 소머리국밥, 돼지국밥도 좋다.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입에 침이 돈다. 한잔 걸치면 훈감한 느낌이 든다. 나름대로 푸짐하고 호화롭다. 흥감(興感)이란 말과 통한다.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칼국수를 즐긴다는 후보는 속이 출출할 때 불러내어 대포잔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으로 보였다. 금수저 같은 귀티도 없었고, 가난에 쪼들린 궁색함도 없었다. 술 한 잔 먹다가 흥이 나면 씨름도 한판 벌일 수 있을 사람 같았다.

‘맞갖다’는 말은 마음이나 입에 꼭 맞는다는 의미로, 맞갖지 않은 음식이라도 많이 잡수시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부정어와 어울려 쓰인다. ‘단김’이란 말도 있다. 달아올라 뜨거운 김, 무슨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망설이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할 때는 “쇠뿔도 단김에 뽑자”로 쓰이고, ‘음식물의 제맛이 되는 맛이나 김’의 뜻으로 쓸 때는 “단김이 빠진 맥주는 맛이 없다.” 등에 쓰인다.

시골에서 자랐고, 부친이 대학 중퇴까지 했지만, 가난에 시달렸다는 후보는 음식을 먹는 일에나 세상을 사는 일에 요령이 있어 보였다. 맞갖은 음식, 단김이 나는 음식을 좋아할 것 같다. 그때그때 눈치를 볼 줄 아는 사람, 눈빛이나 입술에서 재주가 묻어나는 사람, 변신에 능한 사람으로 보였다.

음식을 표현하는 말에 ‘바특하다’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목을 이루는 부분 또는 몸의 다른 부분이 정상보다 조금 짧거나, 두 대상이나 물체 사이가 조금 가깝거나 시간이나 길이가 조금 짧다”는 뜻으로 쓰지만 ‘국물이 조금 적어 묽지 아니하다.’로 쓰기도 한다. 양념장과 잘 버무려 바특하게 끓여낸 닭볶음 같은 요리를 먹을 때 쓰는 말이다.

‘삼삼하다’는 말은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을 때 쓴다. 음식이 아니라도 잊히지 않아 눈에 어른거리거나 매력이 있어 마음이 끌릴 때도 쓴다.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인 두 사람이 바특하게 끓여진 닭볶음탕이라도 좋고, 삼삼하면서도 눈에 어른거리는 맛이 있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되시라.

음식은 자신의 입맛에 맞추되, 정치는 자신의 입맛대로만 하지 마시길. 국민의 입맛과 국민의 건강에 맞추어야 한다. 입에 맞는다고 다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양약(良藥)은 고구(苦口)라는 말처럼 쓴맛이 약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입맛만을 고집하면 독재, 자신의 색깔이 없으면 물통령. 양약이면서 국민의 입맛에도, 후보의 입맛에도 맞는 음식을 찾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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