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반입·제품 수출 모두 묶여 '초비상'

국내 전체 수출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내륙 최대의 수출공단인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한 기업 물류담당자는 16일 오전 내내 전화기를 놓지 못했다.

당장 수입해야 할 물품이 부산항에서 묶여 구미사업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트레일러 화물차 기사를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이 담당자는 "거의 당일치기로 화물차를 조달하고 있지만 운송거부 참여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운송을 거부하는 기사들이 많다"며 "당장 오늘 오후에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이어지면서 내륙 최대의 수출공단인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구미공단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컨테이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항공편으로 수출되는 휴대전화는 부피가 작아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철도를 통해 배편으로 수출되는 프린트는 당장 담아 둘 컨테이너가 반입되지 않아 막막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오늘부터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면 회사 내 운동장이나 빈 공간에 쌓아둬야 할 형편이지만 야적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컨테이너가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구미지역 화물 물동량의 80%를 차지하는 LG 계열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대비해 열흘치 물량을 미리 내보내 사정이 좀 낫기는 하지만 회사 안팎으로는 이번주 안으로 가동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LG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가동이 중단되지는 않고 있지만 수출 물량이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어 제품이 점차 회사 내에 쌓이고 있다"며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전했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원료 반입이나 제품 반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섬유기업은 지난 13일부터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췄고, 한 대기업도 원료 반입량이 평소의 60~70%밖에 이뤄지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구미1공단의 또 다른 섬유기업 역시 중동으로 수출하려던 섬유제품을 10여대의 컨테이너에 담아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등 상당수 기업들이 제품 이송이 막혀 운송거부 사태가 일단락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조사부장은 "며칠간은 참을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유가연동제가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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