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여성 2명을 흉기로 무참히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주(55)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부(이종길 부장판사)는 10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병주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20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에서 이병주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조작됐다는 것을 밝히고, 재심을 청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허위자백을 했던 것”이라면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으로부터 자백의 대가로 3000만 원과 매월 영치금 2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여죄를 제보한 구치소 동료 3명과 경찰관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이외의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에 대해 합리적 의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병주는 2004년 8월 19일 새벽 3시 30분께 미아동에서 귀가하던 20세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6차례 찔러 중상을 입히고, 인근 주택 골목에서 18세 여성을 18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면밀한 현장검증과 집요한 수사를 바탕으로 이병주의 자백을 받아 2018년 11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공소시효 만료 닷새 전인 2019년 8월 14일 이병주를 기소했다.

이병주는 2005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전당포와 비디오 가게에서 2명을 살해한 범행과 2010년 송파구 방이동 빌라에서 여성 2명의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 등으로 2차례에 걸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병주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처럼 ‘서울 명일동 주부 살해사건’의 공범이라고 자백했다가 번복하면서 2차례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04년 8월 16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가정집에서 40대 주부가 흉기로 살해된 채 발견됐는데, 공범 A씨가 구치소에서 복역 중 간암으로 숨지기 전 양심 고백을 하면서 이병주의 범행이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이 이병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다가 이병주가 경북북부제1교도소로 이감되면서 의성지청이 수사를 맡았다.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2015년 9월과 2020년 7월 2차례에 걸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이병주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2015년 9월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병주가 다시 경찰에 자신이 범행했다고 자백하자 의성지청이 수사를 벌였지만, 이병주가 또다시 번복했다. 의성지청 관계자는 “2015년 9월 불기소 처분 때와 같이 이병주가 최초 진술 내용을 번복했고, 당시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DNA와 같은 물적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명일동 주부 살해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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