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한 10대 형제. 연합뉴스.

6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김정일 부장판사)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친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친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해, 존속살해미수)로 구속 기소된 A군(19)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80시간의 폭력 및 정신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구속 기소된 A군의 동생 B군(17)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폭력 및 정신치료프로그램은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군에게 무기징역형을, B군에게는 장기 12년, 단기 6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는 살해하고 할아버지마저 살해하려 한 범죄”라며 “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상의 가치인 생명을 침해한 범죄로 범행 내용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비록 잔소리했지만, 비가 오면 장애가 있는 몸임에도 우산을 들고 손자인 피고인을 데리러 가거나 피고인의 음식을 사기 위해 밤늦게 편의점에 간 점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인 점과 ‘교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할아버지는 살해하지 않은 점, 평소 부정적 정서에 억눌리던 중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정서표출 양상을 보였다는 심리분석 결과 등을 보면 우발적 범행의 성격이 더 크다”며 “부모 이혼으로 양육자가 계속 바뀌는 등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타고난 반사회성이나 악성이 발현됐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또 “범행을 인정하며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고 동생은 잘못이 없다고 일관되게 말하는 점 등을 보면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있으며 충분히 교화개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군에 대해서는 “범행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A군이 할아버지도 죽이려고 하자 울면서 만류하면서 범행을 중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이후 A군 형제에게 박완서 작사의 ‘자전거 도둑’ 등 책 두권을 선물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고 이후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예방하고 총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복지연합은 “그토록 위기가정을 발굴해 지원한다고 생색낸 것에 비하면 중앙정부와 대구시, 교육청, 서구청 등 행정당국의 사전, 사후 대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했다”며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함께 총체적인 위기가구 지원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여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0시 10분께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주택에서 10년 넘게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77)의 얼굴과 머리, 어깨, 팔 등을 6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범행을 목격한 친할아버지(93)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도 기소됐다. 동생 B군은 할머니의 비명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경찰은 B군을 A군과 함께 존속살해 공범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존속살해방조죄만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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