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요즘 어깨가 많이 커져 보인다. 눈빛에도 힘이 들어가 있음이 뚜렷하고 목소리도 종전의 ‘철수 음성’이 아니다. 과거 ‘철수 스타일’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요즘 그는 언론으로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질문을 받으면 “혹시 ‘안일화’라고 못 들어 봤나, ‘안철수로 단일화’다.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이달 초 윤 후보에게 쏠렸던 2030세대들의 이탈이 안 후보로 옮겨가면서 5%대에 머물던 지지율이 10~17%대로 올라서자 기가 살아난 안 후보의 코맨트다. 이에 반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문제고…”라며 확실한 답변을 미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부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란 말이 등장하고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단일화로 성공한 사례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2020년 대선을 48일 앞둔 현재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는 야권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시간이 갈수록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절체절명의 협상 테이블이다. 모든 가능성과 셈법을 동원해 성공 여부를 숙고해 최종 결정을 할 것이지만 결국은 어느 한쪽은 단일화에 흡수돼야 한다.

이달 14~15일 양일간 두 곳의 여론 조사업체가 실시한 다자간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연구소의 조사 결과 윤 후보가 41.4%, 이 후보 36.2%, 안 후보 9.6%로 나타났다. 뉴데일리가 의뢰해 피플네트웍리서치가 조사한 지지율은 윤 후보 44.8%, 이 후보 33.8%, 안 후보 11.7%였다. 양 기관의 조사 결과로는 윤 후보는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고 이·안 후보는 지지율이 다소 떨어졌다. 안 후보 경우 지난 7~8일 조사때는 지지율이 15.1%까지 상승했다. 열흘 사이 3.4%포인트나 떨어졌다. 다른 여론기관에서도 15~16일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안 후보가 12.9%로 다소 하락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현 상태로 고착화되면 국민의힘 쪽에서는 후보 단일화에 매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안 후보로서는 완주가 어렵게 되고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상대로부터 받아 낼 것이 별로 없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는 오세훈 현시장이 출마를 이미 공식화해놓고 있고 국회의원 선거도 2년 후에나 있기 때문에 굴종에 가까운 단일화만 남아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1997년 대선 때 김대중(DJ)·김종필(JP)간의 후보 단일화도 흉내 내기가 어렵다. 당시 김종필은 후보 양보 대신 공직 배분과 내각제 개헌 등 보상을 당당하게 약속받았다. 자민련 총재로 대선 지지율은 낮았으나 텃밭인 충청권의 맹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단지 3석의 국회의원을 가지고 단일화 협상에서 공직 배분을 요구하기엔 국민의당이 너무 초라하고 출생지는 부산이지만 텃밭이라고 부를 만큼 지지기반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그러나 설을 전후해 선거일 전까지 안 후보 지지율이 20%대로 올라서면 국민의힘 쪽에선 상황이 심각해진다. 다자 대결에서 민주당의 이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안 후보는 대선 완주로 본인의 정치적 자리를 잡으려고 할 것이고 갈 길이 바쁜 윤 후보로서는 단일화 대가로 제2의 ‘DJP연합안’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8일 TV조선이 여론조사기관인 칸타코리아에 의뢰한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선 안 후보 41.3%, 윤 후보 36.3%로 나타났다.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를 가상한 대선 후보 3자 대결은 윤 후보 39.3%, 이 후보 32.2%, 심상정 후보 3.9%였다. 안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일 경우엔 47.9%, 이 후보 26.6%, 심 후보 2.5%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화에서 승률이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도 국민의힘 쪽에선 딜레마다. 국민의 정권교체지지율이 50%를 넘고 있는 엄존한 사실을 두 후보는 구국 차원에서 심사숙고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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