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기원전 55년 8월 26일 오전 10시경, 로마 제국의 장군 카이사르가 이끄는 선단이 브리타니아 해안에 상륙한다. 정치가 처칠은 평했다. 대영 제국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고. 미개한 섬나라가 선진 문명의 세례를 받는 극적인 순간을 나타낸 한마디. 처칠은 언어 구사력이 탁월했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도하로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가 암살된 후에 신격화된다. 후계자 옥타비아누스는 그의 저술을 전부 폐기 처분한다. 신으로 승격한 인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 애인과 나눈 연애편지도 많았다고 전한다.

다행히 전쟁 문학의 걸작인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는 제외됐다. 그의 뛰어난 문필력이 발휘된 명저들. 군사 상황은 물론 민족 성향과 풍습도 서술했다. 오늘날 영국인 브리타니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들은 푸른색 물감으로 몸을 칠한다. 장발로 코밑을 빼곤 수염을 깎는다. 형제간 아내를 공유한다.’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성공한 역사를 일군 국가다. 유럽 대륙과 동떨어진 섬에 들어온 앵글로 색슨족이 기존의 켈트인 및 로마인과 뒤섞여 살다가, 노르망디 모험가 통치를 받으면서 지구촌을 지배하는 대서사. 바다로 둘러싸여 국토방위가 수월했기에 자유의 추구가 가능했다.

섬이란 지리적 조건 덕분에 로마 가톨릭과 단절이 가능했고, 해양 대국으로 나아가는 바탕이 되었다. 영국은 절대 왕정을 경험치 않았다. 타협과 관용으로 불평불만을 협조자로 바꾸었다. 대체로 평온한 정치 진화를 이루었다. 1688년 명예혁명도 서명을 교환한 사건일 뿐이다.

영국사는 최초와 최대란 수식어가 흔하다. 세계사 최초로 의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산업 혁명을 꽃피웠다. 또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 영역을 이뤘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치세에 세계 4분의 1을 다스렸다. 언필칭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란 표현은 적확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유럽의 할머니’로 불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왕인 조지 5세와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와 러시아 황후 알렉산드라는 그녀의 손주였다. 인도 영화 ‘당갈’은 딸에게 레슬링을 가르쳐 금메달을 따게 만든 부성애 실화. 무려 72개국이 참가한 영연방 경기 대회 장면이 소개된다. 대영 제국 절정기를 구가한 빅토리아 여왕은 입헌 군주제를 정착시켰다.

13세기에 영국 국왕 에드워드 1세는 양원제 의회를 만든다. 이후 세금을 징수코자 평민 대표도 소집한다. 그들은 비밀리 회합을 가졌다. 요컨대 상원의 기원은 법정이고 하원은 비밀 위원회. 성직자는 세속 권력과 분리되길 바랐고 대표 선출을 포기했다. 이로써 상하 양원 회의가 성립됐다.

1679년 실시된 선거는 영국 의회 정치를 확립했다. 요즈음 선거 운동과 비슷하게 진행된 탓이다. 토리당은 지주와 국교회를 대표했고 휘그당은 상인과 비국교도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대승을 거둔 휘그당이 인신보호법을 개정해 자유 정치의 기틀을 놓았다.

영국 민주주의 착근은 개혁을 압박한 여론과 사법관 독립성, 휘그당 자유주의와 민중들 복음주의가 결합됐다. 다른 요인으로 ‘공무원 정치 중립’을 든다. 이를 위해 공개 시험제를 채택했다. 엽관제를 가진 미국이나 추천을 하는 프랑스와 달리 정치적 영향을 피했다. 지난달 헌법 기관인 선관위 직원들 집단 반발 사태는 전체 공무원에게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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