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 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 위원회 위원·시인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중국 서북쪽 변방에 자리한 지역. 예부터 서역으로 불렸고 중국과 서양이 최초로 접촉한 장소다. 중화인민공화국 영토 6분의 1을 차지하나 인구는 1퍼센트 남짓하다. 언젠가 시안에서 25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우루무치에 당도하니 두 인물이 떠올랐다.

바로 청나라 건륭제와 서태후가 주인공. 건륭제는 신장 발전을 촉진한 군주다. 18세기 중엽 이곳을 정복하고 대청 제국에 편입했다. 외진 곳이라 실익이 적다는 관료들 주장을 반박한 고뇌. 이후 19세기 들어 러시아가 신장 일리 지역을 점령하면서 대처 방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일등 권신인 이홍장은 황량한 변두리란 이유로 포기를 건의했다. 반면 상군 맹장인 좌종당은 물러나면 적들이 계속 쳐들어온다며 전쟁을 지지했다. 희대의 악녀로 욕먹는 서태후는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좌종당은 야쿱 벡을 소탕했고 러시아도 군대를 철수해 국토를 수복했다.

오늘날 신장이 중국령인 것은 어쩌면 서태후 결단에 힘입었다. 수많은 악정을 저지른 리더이나 결정적 순간에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 나폴레옹도 말한다. “정치가 과실은 범죄보다도 나쁘다. 그 동기로 실패를 변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나라의 축복이고 국민의 행운이다. 공동체 미래를 이끄는 조타수인 탓이다. 우리 민족에게 ‘대통령 박정희’는 어떤 함의가 있을까. 아직 완전한 역사가 되지 못한 근세사 영도자라 객관적 평가는 쉽지 않다. 어쨌든 산업화로 부유한 한국을 이룬 사실은 명확하다.

설날 연휴에 구미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에 들렀다. 다양한 유품이 전시됐다. 당신이 의지하신 지휘봉 겸용 지팡이도 여럿 보인다. 가장 독특한 유물은 철로 만든 세 폭짜리 병풍이 아닐까 한다. 꺼먼 철판 ‘포항종합제철’ 명칭이 정겹다. 그 옆엔 손글씨로 작성한 박태준 사장의 기념품 설명서가 있다.

덴마크 고고학자 톰센은 선사 시대를 석기·청동기·철기로 구분했다. 당시 혼란을 잠재운 고고학 체계. 기원전 5000년 무렵 돌과 뼈로 도구를 제작한 신석기 시대와 기원전 3000년 무렵 구리와 주석을 혼합해 단단한 쇠를 생산한 청동기 시대가 열렸다.

이로써 인류는 석기인 삶을 끝내고 문명 발전을 시작한다. 기원전 2000년 무렵 철기 시대가 펼쳐진다. 이는 농경과 전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일찍부터 철강 기술이 발달했다. 6세기에 철제 밧줄로 현수교를 만들고 아치 교각도 세웠다. 유럽은 18세기에 이르러 이를 놓았으니 정말 놀랍다.

독일은 동유럽 프로이센 공국이 원형이다. 프로이센은 철의 국가로 상징된다. 19세기 초엽 나폴레옹 군대에 반격을 개시하면서 빌헬름 3세는 훈장을 만든다. 철십자 훈장의 탄생. 사실 재정이 궁핍해 철로 제작했으나 프로이센 근검절약 이미지로 승화됐다. 또한 왕비를 비롯한 여성들은 귀금속을 기부하고 대신 철제 장신구를 받았다. 이런 정신은 제1차 세계대전 때도 계승돼 전쟁 기금 마련을 위한 쇠못 구매로 나타났다.

동해안 한적한 갯벌에 둥지를 틀은 포항제철은 어엿한 글로벌 포스코로 우뚝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품은 근대화 신념과 철강왕 박태준 회장의 야망이 꽃피운 결정체. 근래 포스코는 지주회사 서울 이전 문제로 한바탕 갈등이 있었다. 국가 균형 발전이란 시대 정신을 보면 결론은 자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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