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줬다가 도로 빼앗으면 이마에 소나무(솔) 난다고 하는 말이 있다. 형제간이나 친구들 사이에 먹을 것이든 학용품이든 일단 주었다 빼앗으면 ‘이마에 소나무(솔)가 난다’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분쟁을 해결한 것이다. 먹을거리나 학용품, 장난감 등이 부족한 시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에 생긴 말이지만 분쟁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안이 된 것이다.

이 말에는 또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 마음에 들 때 좋아서 준 것을 마음이 변하여 돌려달라는 변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줬다가 빼앗았다 하지 말아라. 받은 것은 잊지 말고 준 것은 잊어야 한다. 베풀어 준 것으로 돌려받을 생각이나 보답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소소하게 주고받은 거래 행위라도 인격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른 때를 벗기면 엄마가 죽는다는 말이 있다. 목욕시설이 제대로 없던 1950년대에 소죽을 끓이는 가마솥에 물을 끓여 목욕할 때의 기억이다. 데운 물이긴 하지만 금방 식어버리는 겨울, 제대로 때를 밀지 않고 들어가면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마른 때를 벗기면 엄마가 죽는단다 하신다. 겁을 먹고 다시 물에 들어가 오들오들 떨며 묵은 때를 벗긴 기억이 새롭다. 겨우내 두어 번 하는 목욕. “불린 때를 제대로 씻어라.” 하는 교훈이었을 것이다. “앉아서 다리를 털지 마라. 밤에는 휘파람 불지 마라. 뱀 나온다.”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해주려고 우회적으로 가르친 교훈들이 많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항문)에 털 난다는 말도 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 얼레 절레” 우는 아이를 두고 웃지도 않는데 이렇게 말하면 울다가 웃어버린다. 억울하거나 서러워도 더 울지 않는다. 울음을 그치게 하는 한 방법이다. ‘울지마라’ 달래지 않고 웃음으로 얼버무려 울음을 달래는 말로 사용되었다. 울다가도 항문에 털 난다고 하니 피식 웃어버린다. 울 때의 감정을 잊게 만들어 버린다. ‘울지마라’ 달래면 서러워서 더 우는 아이들의 성향을 알고 웃음으로 달래는 지혜인 것 같다.

웃으면 항문에 털 난다는 말에는 또 다른 뜻도 있을 것 같다. 철없는 어린아이라도 함부로 울지 말라는 말이다. 울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젖먹이일 때는 울음으로 젖 달라고 보챘고, 아픔을 하소연했지만, 말을 사용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게 자랐으니, 울지 말고 말로 표현하라는 뜻이다. 모든 분쟁에서 울음이나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말고 대화로 풀어야 함을 가르쳐 준다. 울고 웃는 제스처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라는 말도 있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교만하게 굴거나 더욱 엇나감을 이른다. 분수에 맞지 않게 잘난 척을 하거나 건방지고 버릇없이 군다는 뜻이다. 송아지가 뿔이 나면 뿔이 나는 자리가 근질거린다. 무엇이든 떠받아 보고 싶어진다. 도전적이다. 다 자란 것으로 착각한다. 송아지 뿔 나는 시기가 사춘기 청소년이다. 사춘기의 청소년도 몸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여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성인(成人)이 된 것처럼 착각하여 성인의 행동 중에 음주, 흡연 같은 것부터 배우려 할 때 쓰는 말이다.

송아지 머리의 뿔은 쓸모가 있고 모양도 좋다. 엉덩이의 뿔은 쓸모없이 우스꽝스럽다. 어긋난 짓이나 흡연, 음주 같은 성인의 행동을 배우지 말아야 한다.

이 모두가 행동을 거부감 없이 우회적으로 고쳐주고자 했던 조상의 슬기가 담긴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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