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8일 한울원전본부를 찾아 신한울 1·2호기의 조속한 가동을 주문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주무 장관의 씁쓸하기 짝이 없는 때늦은 주문이다. 문 장관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원전 확대는 더 이상 안 된다”고 했다.

문 장관은 지난 1월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당시 유력 대선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원전을 더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에서도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윤영석 의원의 주장에 대해 “원전으로 만든 전기는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며 원전 역할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행정부가 녹색 투자 기준인 ‘그린 텍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규정을 확정했다. 문 장관의 발언과 달리 국제적으로 원전을 그린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EU가 탄소 감축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기치로 얼마나 어리석은 에너지정책을 펴왔는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이번 문 장관의 입장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주력’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 간 ‘탈원전’, ‘탈핵’이라며 국내 원전을 경원시하다가 임기 두 달여를 남겨둔 지난달 25일에야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단계적 정상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에서는 이런 문 대통령의 때늦은 전향에 대해 “지난 5년에 대한 자기부정”이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이후 현장을 찾은 문 장관의 ‘원전 완공 속도’ 주문은 그가 얼마나 영혼 없는 공무원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탈원전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궤도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다. 앞으로 원전 정책은 차기 정부의 몫이다. 차기 정부는 원전 중심의 국가 에너지정책을 새로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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