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수급 차질…충북에서는 '역전 현상'도
지역 화물·여객업계 유류단가 상승으로 적자 눈덩이
차박 열품에 대형 SUV 차량 구입 개인들까지 '한숨'

주유소 자료사진.경북일보DB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운수업계뿐만 아니라 경유 차량 소유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기준 포항지역 모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와 경유를 ℓ당 2천299원으로 동일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날 도내 주유소 평균 경윳값은1천900.21원, 휘발윳값은 1천986.49원으로 둘 사이 격차는 86.28원에 불과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200원 이상 벌어졌던 경윳값과 휘발윳값간 격차가 100원 미만으로 좁혀진 것이다.

같은 날 충북지역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은 곳도 등장하면서 지역 경윳값 인상도 전망되고 있다.

경유 가격 고공 행진의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내 경유 재고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디젤차 비중이 높은 유럽의 정유사들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생산량을 줄이면서 유럽 내 경유 보급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 수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경유 공급이 미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혜택이 휘발유에 비해 경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를 좁히는 데 한 몫 했다.

국내의 경우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서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64원, 경유는 11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0원씩 가격을 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경유 유가가 올라갈수록 유류세 인하 혜택이 적어지게 되면서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급등하면서 화물 및 여객 운수업계는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박 등이 유행하면서 SUV 등 경유차량을 구입한 개인들까지 시름을 앓고 있다.

특히 포항의 경우 철강업계와 연계된 대형화물차량 회사와 개인들이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면서 화물연대를 주축으로 물류비용 현실화를 촉구하는 등 철강회사와 물류회사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역 물류회사 A대표는 “지난해부터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류비용이 30%가량 상승했다”면서 “그러나 철강회사와의 물류비용은 연간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물류회사와 개인차주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화물연대 역시 지난해부터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유가 상승분을 반영한 물류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어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동안 캠페인 형태의 활동에서 생존을 위한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화물도 그렇지만 여객운수사업자 역시 날로 치솟는 경유 가격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등 여객운임의 경우 국가나 시·도지사가 정하는 기준과 요율의 범위 내에서만 운임이나 요금을 정해 신고토록 돼 있기 때문에 여객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또는 시·도 조례 상 기준 및 요율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급등하는 유가에 상응하는 운임·요금 현실화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여객운수업계의 시름도 날로 깊어지는 상황이다.

개인 경유차량 소유자들 역시 날마다 치솟는 경유 가격에 무거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SUV 운전자 남 모(40)씨는 “연비를 고려해서 디젤차로 샀는데 요즘은 오히려 가격부담이 커지면서 그 이점을 느낄 수가 없다”며 “월급은 지난해나 올해나 큰 변화가 없는 데 가뜩이나 오르는 물가에 기름값까지 이렇게 치솟고 있으니 느는 게 한숨”이라고 털어놨다.
 

남현정, 황영우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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