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나는 목욕을 할 때마다 내 몸의 때를 생각한다. 비누칠하고 샤워를 한 뒤 탕 속에서 피로를 푼다. 뜨거운 물이 전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그리고 난 뒤 이태리타월로 때를 밀어본다. 매일 목욕하는데도 흰 때가 조금씩 밀린다. 바쁜 일로 한 3일 미루었다 하면 제법 때가 나온다. 시원하다. 좀 많이 밀면 따갑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매일 씻어도 내 몸에 때가 나오는구나. 내 몸의 때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누구를 더럽다고 나무랄 수 있으랴. 목욕하면서 내 몸의 때를 씻고, 내 마음의 때를 씻고, 피곤한 심신을 달랜다.

샤워할 때 비눗물에 씻겨나가는 땟국에는 외부의 먼지와 내 몸에서 분비된 땀이나 지방질이 함께 씻겨나간다. 외부에서 내 몸에 흡착된 때나 먼지는 극소량이다. 우리가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건강에, 특히 호흡기나 눈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하니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그러나 내 몸에서 발생하는 때의 총량으로 볼 때 외부로부터 온 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세상이 더러워서 내가 더러워진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세상을 더럽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외부 먼지, 외부의 때는 쉽게 씻겨진다.

내 몸에 생기는 때의 98%는 내 몸 자체에서 생긴다. 대부분이 피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질이고, 땀이고, 땀과 함께 분비되는 지방질이다. 각질화하는 다층 표피를 가지는 척추동물의 표피에서 낡은 각질이 새것으로 교체되며 벗겨져 떨어진 것과 피부 분비물이 서로 섞인 것이다. 척추동물 가운데, 파충류 중 상당수는 비늘 형태의 딱딱한 각질이 있어서, 각질 형태로 떨어지지 않고 전체로 벗겨져 탈피되는 형태로 교체된다. 허물을 벗는다. 하지만 조류의 다리를 제외한 몸체 부분이나, 포유류의 몸 표면에서는 각질이 유연하여 작은 조각이 되어 떨어져 나간다. 특히 포유류는 피부에 각종의 분비샘이 발달해 있어서, 여기로부터 나오는 분비물로 피부 표면을 적시므로 각질이 점토질의 때가 된다. 그래서 때밀이가 힘들여 때를 민다.

‘허물’이란 말이 있다. ‘허물’은 저지른 잘못을 가리킨다. 죄(罪)도 허물이다. 또 절지동물이 탈피한 후 남기는 껍질도 허물이다. 뱀이나 매미 따위가 성장하면서 벗는 낡은 껍질이다. ‘허물을 벗다’라는 말은 자라는 과정에서 몸의 낡은 껍질을 버리고 새 몸이 되다’라는 뜻이다. 사람의 경우 피부가 심하게 그을려서 저절로 벗겨지는 꺼풀도 ‘허물’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허물을 벗는다’라고 하지 않고 ‘허물이 벗겨진다’라는 표현을 쓴다. 몸이 성장하거나 쇠하여 갈 때 피부의 변화로 떨어지는 것이 각질이요, 허물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 몸에, 피부의 때는 그것이 각질이거나 허물이거나 간에 98%, 아니 99%가 내 몸 자체에서 생긴다. 잘못이나 죄를 말하는 ‘허물’도 자신이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여 만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몸 자체에서 생긴 때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요사이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의 잘못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너무 많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자고 나면 밝혀지고, 자고 나면 불거진다. 입에 발린 사과의 말도 너무 많이 하니 짜증스럽다. 하나같이 남 탓이다. 물귀신 작전이다. 양치기 소년도 있다. 어찌 그들만이겠는가. 들춰내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묻혀 넘어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세상에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자신이 만든 잘못이요, 자기 몸에서 생긴 때다. 내 몸, 내 행동부터 살펴 자성할 일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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