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5형사단독 권민오 부장판사는 자신의 빌라에 무단으로 승용차를 주차한 차량을 앞바퀴에 잠금장치를 채워 이동을 하지 못하게 한 혐의(재물손괴)로 기소된 A씨(47)에 대해 벌금 5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3일 밝혔다.

대구 북구 산격동 빌라 임대인인 A씨는 2021년 8월 17일 오후 5시께 빌라 주차장에 나흘 간 무단으로 주차한 B씨 소유 승용차 오른쪽 앞바퀴에 잠금장치를 채워놓아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차량의 효용을 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다음날 자정이 돼서야 잠금장치가 된 타이어를 다른 타이어로 교체해서 차량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재판에서 A씨는 “잠금장치를 채운 행위는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고, 무단주차에 따른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서 고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B씨에게 차량 이동과 거부 시 토지이용료 부과와 차량유치를 알렸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서 유치권 행사에 묵시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피해차량을 적법하게 점유했다”면서 “피해자가 차량 이동을 요구받고 토지이용료 부과를 통보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잠금장치를 했기 때문에 사회상규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차량 이동을 요구받고 토지이용료 부과와 차량 유치를 고지 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차량의 점유가 피고인에게 이전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자력구제 행위에 불과하지, 사회상규에 벗어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사건을 유발한 잘못이 있고, 발생 경위에 비춰 재범 위험성이 없어 선고유예 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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