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화재개 다음 정부의 몫…공동선언들이 통일의 밑거름 돼야”
金 “역사적 합의와 선언, 지울 수 없는 성과…퇴임 후에도 존경하겠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 받은 것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남북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친서를 교환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계속되고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 도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남북 정상 간 소통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오전 브리핑에서 친서교환 사실을 밝혔고, 이에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이날 새벽 같은 소식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보낸 친서에서 남북대화가 희망한 데까지 이르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 “아쉬운 순간들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남북미 대화 중단 및 북한의 무력도발 사태 등과 관련해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도발을 중단하라’고 명확한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화로 국면을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사실상 도발 자제를 당부한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재개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김 위원장도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남북 대화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 평양 9·19 선언 등이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평화의 동력이 되살아날 것을 믿고 기다리겠다”며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역할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에서 “한반도 평화, 통일,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국민의 한사람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하시지 않겠나”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보낸 답신에서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역사적 합의와 선언 내놓았다”며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남수뇌(남북정상)가 역사적인 공동선언들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제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애쓴 문 대통령의 수고를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잊지 않겠다.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친서 교환에 대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대화는 깊은 신뢰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북정상의 친서 교환이 “깊은 신뢰심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또 “(양 정상은)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남북) 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남북 정상은 김 위원장이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다.

지난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노딜’, 나아가 2020년 6월 북한의 일방적인 통신선 차단으로 남북 간 대화가 사실상 끊긴 와중에도 남북 정상은 친서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에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내용의 친서는 교환을 해왔다고 이해해달라”며 공개된 것 외에 친서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친서에 담긴 내용은 브리핑에서 대부분 공개했다면서 더 추가적인 논의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은 답방을 논의할 수 있는 국면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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