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포항 구룡포 양식장 내 설치
안전사고 위험으로 일반인 통제
민석규 지리학자, 육지 이전 제기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 일원에 설치한 동쪽 땅끝 표지석.유병탁 기자.

포항시가 지난 2007년 구룡포읍 석병리에 설치한 한반도 동쪽 땅끝 표지석이 일반인들이 찾아갈 수 없는 양식장 내에 설치한 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예산낭비는 물론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도상 한반도 동쪽 땅끝은 ‘함경북도 나선시’고 구룡포읍 석병리는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나 표지석에는 ‘한반도 동쪽 땅끝, 동경(경도) 129 35 10’이라고 표기가 잘못돼 있다.

일부 탐방객들이 해파랑길 14코스 해안가를 따라 걷지만, 둘레길과 양식장 내 바위섬 간의 거리가 100여m가 돼 땅끝 표지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표지석이 바위섬에 세워져 있어 땅끝이라는 의미가 무색해지는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육지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은 독도라면 육지의 동쪽 땅끝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다.
 

A수산에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 등 이유로 둑길에 출입문을 설치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해고 있다.유병탁 기자.

이를 표시하기 위해 포항시는 지난 2007년 920만원을 들여 석병리 산135번지 바위섬에 표지석을 세웠다.

석병리 산135번지에는 표지석을 설치하기 전부터 양식장이 운영 중이었고 양식장의 경계 역할과 육지와 바위섬을 연결해주며 작업 차량의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인공 구조물인 콘크리트 둑이 설치돼 있어 포항시는 바위섬에 표지석을 세웠다.

이로 인해 포항시는 육지의 땅끝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표지석을 바위섬에 설치했고 이후 A수산은 추락 사고의 위험 등 안전상의 이유로 둑길에 출입문을 설치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둑을 설치한 지 30여 년이 지나 곳곳에는 파손된 부분도 많았고 폭은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으며 추락 방지용 휀스 등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둑 밑에는 양식장 내 바닷물을 순환시켜주는 프로펠러가 가동되고 있어 추락 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다.

표지석 곳곳에는 새 분비물 등으로 하얗게 변색돼 있었고 표지석에 새겨진 내용도 잘 보이지 않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 보였다.

이와 관련해 민원도 몇 차례 제기됐으나 포항시는 지금껏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구룡포 석병리는 경도상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나 한반도 동쪽 땅끝으로 잘못 표기했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기재된 글도 잘 보이지 않고 있다.유병탁 기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시는 표지석을 이전하거나 콘크리트 둑을 안전하게 보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라 허술한 행정으로 인해 혈세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상황이다.

A수산 대표자 B씨는 “표지석을 설치할 때쯤 양식장을 인수해 표지석을 이곳에 설치하게 된 이유는 모른다”면서 “종종 관광객들이 표지석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으나 둑길 출입을 통제하니 양식장을 신고한다는 등 비방·욕설을 퍼붓고 돌아가는 분들도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개방해 둬 혹여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하소연했다.

민석규 지리학자는 “대한민국의 동쪽 땅끝이라는 것은 포항만이 가질 수 있는 지리적 자원이고 이를 토대로 강원도 양구군, 전남 해남군처럼 땅끝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관광명소로 만들 수 있는데 동쪽 땅끝 표지석을 사람들이 왕래할 수 없는 양식장 내 바위섬에 설치했는지 의문이다”며 “땅끝 표지석이라는 의미와 맞게 바위섬이 아닌 육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도상 포항시 석병리는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지만 표지석에는 한반도 동쪽 땅끝으로 기재돼 있고 위·경도 작성 시 숫자 옆에 도·분·초라는 단위를 표기해야 하지만 표지석에는 숫자만 덩그러니 기재돼 있다”며 “표지석 설치 전 지리학자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만 구했어도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민원도 제기되고 있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토 중에 있다”면서 “둑길 보수 및 이전 설치 등 계획이 수립되면 예산을 확보해 올해 안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유병탁 기자
유병탁 yu1697@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교육, 교통, 군부대,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