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말한다. 러시아는 차르의 재산으로 풍자된다. 한데 역사는 그런 글을 남겼기에 패자가 아님을 웅변한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무와탈리 2세가 벌인 카데시 전투가 그러하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전차전으로 격돌했다. 이집트는 영광된 승리를 신전에 새겼고 히타이트는 상대를 괴멸시켰다고 전한다. 아마도 무승부가 아닐까. 양국은 장기간 대립하다가 강화조약을 체결한다. 가장 오래된 협약으로 평가된다. 훗날 카데시 전투는 화평의 대명사로 거듭난다. 조약 사본은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 전시됐다. 평화를 바라는 인류의 염원이 담겼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길이 후세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그 내용보단 당대에 작성된 관련물 여부에 중점을 둔다. 성경이나 쿠란이 목록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소련 선전 포스터와 안네의 일기 그리고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노트도 포함됐다.

한국은 총 16건이 등재됐다. 아시아 1위이자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건수. 새마을운동 관계 자료도 그중 하나다. 대통령 연설문과 재가 문서 그리고 사진과 영상을 합쳐 2만 2000점 넘는 기록물. 2013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 경북은 새마을운동 탄생지다. 구미의 새마을운동테마공원과 청도의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공원과 포항의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이 그런 사실을 보여준다.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은 수해 현장을 가는 도중 청도 신도마을에 들른다. 주민들 노력으로 피해를 말끔히 복구한 광경을 접하며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포항 문성마을은 제1차 새마을 가꾸기 최우수 사례로 뽑혔다.

새마을운동은 한결 나은 공동체를 만들자는 캠페인. 근면·자조·협동의 3대 기본 정신으로 과업을 수행한다. 당초 농촌 부흥을 위한 환경개선 위주로 시작됐으나 국민 참여 운동으로 전환했다. 이후 사회 공익 활동을 거쳐 국제화로 가는 시대를 맞았다.

오늘날 한국의 성취는 새마을 정신의 역할이 컸다. 인간이 가진 의식은 행동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새마을 지도자는 선봉에 서서 운동을 이끈 일꾼들. 경기도 고양의 농협대학교 내에 설치된 ‘독농가연수원’은 초창기 인재들 산실이다. 이는 ‘새마을지도자연수원’으로 바뀐다. 농민의 마음을 뜻하는 ‘농심’ 라면과 회사명은 김준 원장의 강의가 밀알이 됐다는 일화도 남았다.

일전 우리 지역 청도에선 70년대 새마을운동 시절로 떠나보는 시간 여행 행사가 개최됐다. 칠팔십 대 어르신은 당시 추억이 생생할 것이다. 또한 경북도는 ‘새마을해외봉사단’을 창립했다. 단원이 현지 마을에 장기 거주하면서 소외 계층을 지원한다니 올바른 방향이라 여긴다.

어딜 가나 공공건물 게양대엔 태극기를 중심으로 새마을 깃발이 걸렸다. 수시로 보는 포은중앙도서관 앞에도 좌청룡 우백호처럼 포항시기와 새마을기가 펄럭인다.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절대 빈곤 퇴치를 위한 지속 가능한 핵심 모델로 선정된 자부심. 그 초록빛 새싹을 보면 엄마가 떠오른다.

석학들은 새마을운동 성과를 격찬한다. 미국 경제학자 삭스는 주장했다. 우리는 한국의 실례를 기억하고 성공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예일대 케네디 교수도 언급했다. 한국이 새마을운동을 시작으로 세계적 무역 국가가 됐음을 경이롭게 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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