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9일 대구 모 중학교 1학년 A군은 B양이 첨성대 그림을 그려서 만든 부채 앞면 중간에 비키니 또는 여자 속옷 상·하의를 입은 캐릭터를 그렸다. C군도 남자의 그림을 그린 뒤 배꼽, 속눈썹, 머리카락, 소변이 흐르는 모습을 추가로 그렸다. A군은 다시 C군이 그린 남자 그림에 가슴 근육과 복근을 추가하면서 두 다리 부분에 B양의 이름을 썼다.

C군이 그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교사의 신고로 학교폭력전담기구가 조사에 나섰고, A군과 C군이 학교폭력을 한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구 동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군에 대해 학교에서의 봉사 6시간, 학생 특별교육이수 2시간 조치,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2시간 조치를 했다.

A군과 부모는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결과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박광우 부장판사)는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 2시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특별교육을 이수하는 경우 해당 학생의 보호자에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부수처분으로서 가해 학생의 특별교육 이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과 별도로 존재하거나 다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 2시간 처분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어서 부적합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소송에서 A군과 부모는 피해 학생의 부채에 그린 그림은 객관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없어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A군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C군 행위에 비해 정도가 가벼운 점을 고려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군은 다른친구의 행위에 가담해 그림을 그리거나 피해 학생의 이름을 그림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피해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성희롱을 해 학교폭력을 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해당 처분이 A군이 저지른 학교폭력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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