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17세기 무렵 과학계는 지구의 크기와 형태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측지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느 과학자는 지구를 완벽한 구체라 가정했고,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양극이 팽창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뉴턴의 운동 법칙은 적도 부근이 부풀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뉴턴의 승리로 귀결됐다.

1972년 아폴로 17호는 최초로 지구 전체를 찍은 사진을 전송한다. 이는 바다가 육지보다도 훨씬 넓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소위 ‘푸른 구슬 같은 행성’이라 불린 이미지. 누군가 말했다. 이 땅을 지구라 부르다니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사실 지구는 수구란 표현이 적합하다. 지표면 70퍼센트가 바닷물로 채워졌다. 평균 깊이 3.8킬로미터 바다에 지구상 물의 97퍼센트가 담겼다. 강과 호수와 저수지에 있는 물은 몽땅 합쳐도 0.036퍼센트에 불과하다. 물론 오대양 중에서 태평양이 제일 넓다. 전체 바닷물 52퍼센트가 여기에 속한다.

바다는 생명체가 탄생한 모태이다. 심해 속에서 단세포 미생물이 처음 출현했고 차츰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 바닷속 동물은 양서류·곤충·파충류·포유류·조류 순서로 육지에 등장했다. 바다는 인류가 구할 식량을 공급하고 이동에 유용한 운송로이며 문명 발전을 이끈 매개였다.

배와 바다는 여성적 상징이 강하다. 영국의 선박 전문지 ‘로이드해사일보’는 편집 관행을 바꾼다. 배를 지칭하는 여성형 대명사 ‘she’를 중성적 의미인 ‘it’로 변경한 것이다. 이는 항해자들 공분을 샀다. 장구한 세월을 그런 관념으로 인식한 탓이다.

16세기 바다가 이룬 최고 성과는 마젤란이 성공한 세계 일주이고,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아시아와 아메리카 사이 태평양이란 대해다. 본인은 목숨을 잃었으나 새로운 지구를 입증했다. 마젤란은 ‘태평양’ 명칭을 지은 장본인. 그 광대함과 난폭함을 몰랐기에 평안한 바다라 명명했다.

대니얼 디포가 출간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 배경은 태평양. 칠레 연안에서 구조된 선원을 다룬 실화이기도 하다. 덕분에 해양 소설이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태평양은 세계 최대 바다이다. 모든 육지를 합친 면적보다도 크다. 무려 2만 5000개 넘는 섬에 거주하는 종족들 언어도 1000개에 이른다.

태평양은 멜라네시아·미크로네시아·폴리네시아로 나뉜다. 특히 폴리네시아는 남동쪽 이스터섬과 북쪽 하와이와 남서쪽 뉴질랜드가 삼각형을 이룬 구역. 일대 섬들은 인류의 마지막 정착지로서 폴리네시아인이 일군 위대한 성취로 꼽힌다. 그들은 카누를 타고 오직 자연과 별밤의 인도로 항해를 하였다.

호쿨레아호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이중 선체 폴리네시아 카누다. 그들의 항해 문화와 지식을 복원하고자 1975년 진수됐다. 그 3년에 걸친 항해는 ‘말라마 호누아’를 고취한 뜻깊은 이벤트. 이는 섬인 지구를 사랑하란 뜻이다.

근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포항학 아카데미’가 개최됐다. 올해 주제는 ‘해양도시, 포항’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평양권 국가인 대한민국. 특히 동해안 최대 도시인 포항은 대양을 다각도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바다에 대한 지식은 호기심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이 달린 과제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 어록. 20세기 들어 해양을 프런티어로 보는 풍조가 생겼고, 미래 먹거리를 보장할 자원을 제공하리라 믿었다. 작금 거대한 미개척지는 바로 우주와 심해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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