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밥값하는·껌딱지 등 기억하기 쉬운 문구 담은 이색 현수막 내걸어 눈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10여 일 앞둔 22일 오후 각 후보자들의 평범을 거부한 이색 슬로건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각 이색 슬로건을 표기 한 후보자들의 현수막 사진을 합성한 모습. 정훈진 기자

경북·대구지역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이색적이거나 차별화된 슬로건을 현수막에 담아 표심 잡기에 나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조치에 따라 주민과의 대면 선거 열기를 조심스럽게 끌어올리면서 비대면 선거 운동에도 각종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2일 오전 동구 효목로와 효서로가 맞닿은 삼거리에 현수막 6∼7개가 내걸렸다. 동구 다선거구에 출마한 동구의원 후보자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신천동·효목동 대표 구의원을 자처한 이들은 공약과 장점을 내세운 슬로건으로 주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신효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봉사하는 민원해결사에 이어 ‘신천동, 효목동, 철저히’라는 본인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눈길을 끌었다.

북구에서도 이름을 활용한 이색 슬로건이 등장했다. 대구시의원 북구 제1선거구에 무소속으로 나선 박갑상 후보는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밥값 하는 박갑상’ 현수막을 곳곳에 게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동명이인인 북구 나선거구 박정희 민주당 후보는 지역구와 이름을 활용해 ‘침산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재선 도전에 나섰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본 북구 주민은 “기억하기 쉽고 재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년 동안 수성구 만촌동 중앙초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봉사활동을 벌인 수성구 나선거구 김희섭 민주당 후보는 ‘늘 함께하는 교통아저씨’로 친근함을 강조했고, 북구청장 선거 4번째 도전에 나선 구본항 무소속 후보는 ‘당선인사 한 번 시켜주십시오’라는 슬로건으로 동정표를 호소했다. 3선에 도전하는 배광식 북구청장 후보는 ‘대한민국 최고 북구전문가’를 내세워 8년 동안 쌓은 풍부한 행정 경험을 과시했다.

북구 사선거구 백소현 정의당 후보는 당명을 활용한 ‘골목까지 정의롭게 함께 사는 행복북구’를 대표 슬로건으로 내세운 반면, 달서구 바선거구 이성순 민주당 후보는 현수막에 당명을 작은 글씨로 새기고 바탕색을 흰색으로 하는 등 야당 후보 이미지를 최소화한 현수막을 선거구에 내걸었다.

경상도 사투리 중에서도 거센 축에 속하는 포항지역에 선거 출마 후보들 간 홍보 문구도 이색적이다. 임준희 경북교육감 후보는 ‘포항교육 야물게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 구축에 나섰고 마숙자 경북교육감 후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경북교육을 키우겠습니다’라며 맘심(心) 잡기에 한창이다.

TK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이미 현직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후보들은 대체로 ‘정책 홍보’를 주된 전략으로 삼는 모양새다.

김일만 포항시의원 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토대로 ‘일만 하는 김일만’이라는 운율 있는 단문으로 눈길을 끌었다. 포항시의원 사선거구에 출마한 김창희 후보는 주민들이 필요할 때 빠르게 달려가 신속하게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주민의 119’라는 이색적인 문구를 내걸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고, 조민성 후보도 ‘주민 곁에 껌딱지’라면서 주민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현욱 무소속 후보는 자신의 기호를 강조하며 ‘4람보고 4번찍자’를 내세웠다. 구미시 의원에 출마한 황지도 후보는 자신의 ‘지도’라는 자신의 이름을 선거 문구에 활용해 ‘공항 배후도시로써 큰 지도를 그리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선거가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후보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후보를 모두 알지 못하고, 후보자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당이 투표의 기준으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대구지역에서 정당 기반의 정치가 어려운 민주당 같은 경우 국민의힘을 넘어설 구심점이 없는 데다 후보조차 다 내지 못했고, 결국 후보자들이 개인기를 내세워서 당선의 고지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재용·황영우·박용기·유병탁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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