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칼럼니스트
이상철 칼럼니스트

“대구 따로국밥이 먹고 싶었다.”

지난 24일 대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의 한 국밥집에서 남긴 말이다.

윤 대통령은 대파하고 무를 많이 넣는 대구식 따로국밥의 특징을 정확히 언급했다는 점에서 ‘따로국밥 마니아’인 점을 스스로 인증하였다.

타지 사람들 중 일부는 대구 음식이 맵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구는 여름에는 엄청나게 더운 혹서로,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의 혹한으로 유명하다. 고춧가루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은 여름에는 땀을 배출해 주고 겨울에는 찬 몸을 덥혀 주는 역할을 하는데 대구 음식이 매운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따로국밥은 화끈한 대구 음식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식이다. 소뼈를 13∼14시간 동안 고아서, 그 국물에 고춧가루·파·부추·마늘 등의 양념을 넣고 다시 끓여 맛을 내는데 ‘따로국밥’에 넣는 파·부추·마늘 등의 냄새 성분은 삶으면 일부가 감미성분으로 변한다고 하니 매운맛 속에 감미((甘味)가 따로국밥의 인기 비결인 듯하다.

그뿐만 아니다. 따로국밥은 역사적 아픔을 넘어선 스토리텔링까지 갖추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 식사의 기본은 밥과 국이다. 이 둘을 섞으면 국밥이 되는데 국밥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우리 민족 특유의 식사법이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을 ‘탕민족’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6·25전쟁 중, 대구에서 탕문화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났다. 국밥을 ‘국 따로, 밥 따로’ 먹는 따로국밥이 나타나게 되는데 전국 각지의 피란민이 대구로 모이면서 국밥 형태의 상차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밥 따로, 국 따로’를 주문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국에 밥을 미리 말면 국물이 제 맛을 잃기 때문에 국과 밥을 따로 먹는 것이 합리적이다.

낙동강 전선이 무너지느냐 마느냐의 풍전등화 같은 시절의 대구 따로국밥은 어쩌면 피난민들의 눈물과 애환을 함께 한 음식이자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의 역사를 같이한 동반자 같은 음식이다. 이런 역사를 가진 대구 따로국밥이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칠곡휴게소(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방향)에서 따로국밥을 파는데 휴게소 음식매출의 약 18%를 차지한다고 하니 대구 따로국밥이 전국의 휴게소로 진출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코로나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업계 중 하나가 외식업계이다.

이번 기회에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먹었던 전국적인 ‘음식 지도’가 생겨 코로나로 힘들었던 외식업계가 활성화되고 각 지역의 전통음식들이 새롭게 부각 받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음식 안에 역사가 있다는 말이 있다. 대구 따로국밥을 꼭 한번 먹어보시라!

대구의 역사와 만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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