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정면승부 의도…군 총정치국장에 정경택·당 군수공업부장에 조춘룡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10일 진행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승격시키는 등 승진 인사도 단행됐다. 리선권 외무상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합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과 미국을 향해 ‘강 대 강’ 정면승부를 선언하고 그에 맞게 주요 인사를 대폭 물갈이해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미 전문가이자 대미 강경 메시지를 던지곤 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에 전격 임명하고 군 수뇌부와 당 군수공업부 수장도 전격 교체했다.

또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겨냥한 ‘대적투쟁’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남쪽 기업 총수들에 대한 ‘냉면’ 발언으로 비난 받았던 ‘대남통’ 리선권을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10일 진행된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무력과 국방연구 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는 김 위원장의 이런 의중과 향후 행보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 8~10일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임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지난 8~10일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외무상을 맡던 리선권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지난 8~10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통신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정경택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 첫 여성 외무상에 최선희…냉면 발언 리선권 통일전선부장

대미 전문가인 최선희가 외무상 겸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되고 리선권이 ‘전업’인 대남분야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강 대 강 정면승부전에 맞춰 대외 라인업을 재정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외교 경력이 전무했던 대남통 리선권의 외무상 등용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는 점에서, 대미 전문가인 최선희를 외무상에 전격 임명은 외교 라인의 전문성과 정상화를 구축한 셈이다.

최선희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이듬해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한 북한의 손꼽히는 대미 협상 전문가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대립할 때마다 전면에 나서 비난전을 펼쳤던 인물 중 하나로, 2019년 첫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설로 미국을 비난하며 자칫 회담을 물거품 만들 뻔했던 장본인이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직후에도 김 위원장의 생각을 대변해 대미 비난 인터뷰를 쏟아냈고 대미 갈등 속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강경 입장을 내보였다.

북한 역대 외무상 중에서 여성은 처음이어서 김 위원장의 신임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선희는 앞으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 강대강 외교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차 핵실험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추후 최선희의 입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대미 협상전문가이기도 한 최선희의 중용이 ‘포스트 바이든’을 대비해 장기적으로 협상 재개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리선권은 남북관계 화해 시절이던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쪽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발언해 엄청난 비난을 사 남측에서는 대남 강경 인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대남기구를 이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간 긴장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거친 ‘말폭탄’도 예상된다.

김정일 집권 시절 남북 군사회담에 주로 참여하다가 김정은 집권 이후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을 거쳐 2016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북한이 발표한 인사 명단에 전임인 김영철이 없어 그의 거취는 추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 무력기관 군수공업 책임자 교체…국가보위성 간부 등용 눈길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군 수뇌부 중 국방상을 제외한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정찰총국장이 모두 교체됐다.

군의 정치교양과 인사를 총괄하는 총정치국장이던 권영진이 해임되고 후임에 공안 책임자였던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임명됐다.

북한 간부와 주민의 반체제 동향을 감시하고 ‘간첩’을 잡는 핵심 치안 담당자인 정경택이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은 군에 대한 강력한 통제 의미로 보인다.

과거 김원홍처럼 군 총정치국 간부 출신이 국가보위상에 임명된 적은 있어도 국가보위상이 곧바로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것이어서, 역으로 군부내 기강해이 현상이 적지 않았음이 엿보인다.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무력부문의 전투적 과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군을 신속히 재정비하고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 보위국장인 조경철이 이례적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것도 군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국가보위상 후임에 임명된 리창대의 경력은 일절 알려지지 않아 정통 보위성 출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가보위성 출신들의 승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사회 전반의 살벌한 통제 감시 분위기도 예상된다.

군 총참모장이었던 림광일은 임명된 지 1년도 안 돼 좌천되고, 지난해 사회안전상에 임명됐던 군단장 출신의 리태섭이 그 자리를 꿰찼다. 신임 사회안전상에는 1군단장 박수일을 앉혔다.

대남·해외 공작 전담인 정찰총국장도 리창호로 바뀌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군수공업부문 핵심 실무자인 당 군수공업부장을 유진에서 조춘룡으로 교체된 것이다.

유진은 당 군수공업부장에 임명된 지 1년도 안 돼 물러나고 대신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 조춘룡이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 시험발사가 실패한 데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2014년부터 군수산업을 이끌며 국방 기술과 장비 생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조춘룡을 당 군수공업부장에 앉힘으로써 전략무기 개발과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노동당 감사 기능 제고…당재정 총괄 한광상 경공업부장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중앙검사위원장으로 정상학에서 김재룡으로 교체했다.

북한은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종전 재정 회계감사만 담당했던 당 중앙검사위를 당 검열위원회 기능까지 흡수해 확대하고 그 집행부서로 규율조사부를 설치하며 간부 활동과 사생활에서 나타난 일체 행위를 조사하는 막강 부서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상학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1년 반 만에 물러나고 조직지도부장이던 김재룡을 앉혔다. 조직지도부장은 조용원 조직비서가 겸임토록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간부진의 해의와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김 위원장이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이를 질타한 데 따라 조직지도부 부장을 감사위원장에 앉히고 공직 기강의 칼을 빼 든 것이다.

아울러 노동당내 살림을 책임졌던 한광상 재정경리부장을 당 경공업부장에 앉힘으로써 주민 생활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당 선전선동 비서 겸 부장이었던 박태성은 한때 처형설이 나돌았지만 이번에 정치국 위원 겸 당 비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다만 북한이 정치국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당중앙위원회 위원의 경우 승진만 발표하고 해임 인사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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