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전문의사’로 불릴 정도로 식물 전문가가 운영하는 대구 수성구 시지동의 반려식물 치료센터에서 벤자민을 기르는 30대 여성이 영양제 희석 방법을 배우고 있다. 나중일 기자.

23일 오전 10시 40분께 대구 수성구 시지동 한 꽃집에 심각한 표정의 30대 여성 A씨가 벤자민 고무나무 화분을 들고 찾았다. 3년 전 선물 받은 벤자민이 갑자기 시들해진 데다 잎마저 떨어져 버렸다고 호소했다. 잎과 흙을 살펴본 꽃집 주인 박점희(60·여)씨가 ‘수분과 영양 부족’ 진단을 했고, 영양제를 처방했다. 박 씨는 영양제를 물에 희석하는 방법을 설명해줬고, 흙에 포함된 거름 성분 보충을 위한 분갈이 작업도 했다. 그제야 환한 표정을 지은 A씨는 “식물 기르는 방법을 몰라 물만 제때 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분갈이하는 방법도 배우고 기르는 요령까지 얻게 돼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반려식물 전문의사’라고 불릴 정도로 식물 전문가인 박점희씨는 “사람이 아프면 빨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듯이 식물 치료도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식물도 하나의 생명으로 소중히 다뤄야 하고, 관리만 제대로 하면 소생도 가능하다”고 했다.

박점희 씨의 꽃집은 ‘반려식물 치료센터’라는 특별한 공간이다.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 못잖게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대구시와 한국화원협회 대구지회가 전국 최초로 박 씨의 꽃집을 포함해 동네 꽃집 20곳을 ‘반려식물 치료센터’로 지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20개 치료센터에 모두 1598명이 찾았다. 올해는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동안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기르는 식물을 들고 가까운 치료센터를 방문하면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가 비용을 받지 않고 진단과 함께 처방을 내려준다. 대구에 거주하는 시민 누구나 예약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보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반려식물 치료센터에서는 잎 색깔이 누렇거나 옅어지면 영양제 처방을 내리고, 병충해 치료가 필요할 경우 살충제를 지급해 분사 방법도 알려준다.

가지, 뿌리, 잎 등의 일부를 잘라내어 땅에 꽂아 뿌리를 내리게 해 새로운 식물 개체를 만들어 가는 번식방법 삽목 후 양분이 부족하거나 화분에 비해 식물이 크면 분갈이까지 해준다.

가정에서 기르는 수국·난·해피트리·금전수·크로톤·스투키·인삼팬더 등이 치료센터의 단골 환자다. 대부분 관리를 잘못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병든 식물을 들고 찾아오기 때문에 식물 상태가 의심되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반려식물 치료센터’에서는 버려진 식물을 구조해 가져가면 새 화분에 옮겨 뿌리를 내린 뒤 사회복지시설에 분양도 해준다. 이동건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치료센터로 직접 찾아오기 힘든 시민들을 위해 아파트·행정복지센터 등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화초 돌봄 서비스와 베란다 텃밭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찾아가는 도시농업학교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반려식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했다. 바깥 활동이 줄면서 우울감이 찾아오고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받고자 반려식물을 기르는 ‘식집사(식물+집사)’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농식품 소비자패널 726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1.5%가 코로나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답했다. 43.1%는 반려식물이 애착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답해 반려식물이 행복감과 심리적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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