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방대한 독서량을 쌓은 지식인. 무려 5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했다. 그는 상호 텍스트 세계를 지향한 책벌레. 모든 책은 다른 책을 언급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창작은 인용·표절·패러디·모방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이전 작품과 관련됐다는 뜻이다.

요컨대 에코의 신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독서를 하면서 그런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근래 바다에 관한 역사서를 읽다가 고래만 다룬 전문 서적을 재차 탐독하게 됐다. 바로 에코가 강조한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연구용 고래 표본을 제일 많이 소장한 기관. 수많은 고래 정보가 집적되고 의문 사항에 대한 질의가 들어온다.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간된 책자가 ‘알쏭달쏭 고래 100문 100답’이다. 저자는 그곳 해양 포유류 큐레이터로 근자에 출판된 따끈한 신간.

옮긴이 설명에 따르면 스미스소니언 측과 사진 저작권 사용료 문제로 출간이 지연됐다고 한다. 그 비용이 대폭 인하되면서 10년 만에 초판이 나왔으니 인고의 결실이랄까. 천연색 고래 사진들 생생한 장면은 그런 값어치가 물씬하다.

19세기 초엽까지 포경업은 해변에서 수행됐다. 선호한 종류는 참고래. 사체가 물에 떴기 때문에 포획이 쉽고 기름을 정제할 지방이 풍부했다. 육지 근해의 고래 숫자가 줄면서 고래잡이는 먼바다로 향했고 심해를 잠수하는 향유고래를 잡았다. 그 기름은 기계의 윤활유로 쓰였고 밀랍 성분은 양초의 원료가 되었다. 이는 포경산업이 번창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고래는 바닷물 아닌 민물에도 생존한다. 단지 하천이 작기에 이동이 어렵고 겨울 결빙으로 죽는다. 수중 환경에 적응해 코가 머리 꼭대기로 옮겨갔다. 수면에 올라가 곧장 호흡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빨은 먹이를 잡는 용도로 사용한다. 씹지는 않고 통째로 삼킨다. 수명은 최대 200살로 여긴다.

흰수염고래는 일명 대왕고래로 불린다. 현존 동물 가운데 가장 크다. 그 몸무게 계측은 드물다. 올바로 측정할 저울이 없다. 기록상 최대 무게는 190톤. 중량 10%인 체액은 제외됐다. 최고 길이는 남극에서 보고된 33.6m에 이른다. 참고로 보잉 737 비행기가 33.4m이다. 몸집은 푸르스름한 회색을 띤다.

바다의 거인 대왕고래 한 마리가 창출하는 고기와 기름의 가치는 지구상 동물계 가운데 으뜸이다. 2019년 기준 24만 달러에 달한다. 20세기 초엽 고래는 남극해에 넘쳐났다. 포획한 고래의 중요 부분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렸다.

고래도 공격을 당한다. 상어와 범고래 그리고 인간은 그들을 잡아먹는 포식자. 녀석은 소리로 위치를 알고 먹이를 찾는다. 임신 기간은 대략 1년이며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돌고래들 평균 속도는 20노트다. 대부분 생애를 표층 100m 이내에서 보낸다. 먹거리 풍부한 수심대. 새끼 고래는 젖을 빨진 않는다. 어미 고래가 젖을 보이면 새끼가 입을 벌리고 어미는 젖을 뿜는다.

1949년 결성된 국제포경위원회(IWC)는 포경 규제를 위한 협의를 이끌었다. 결국 국제적 포경 금지를 실행했다. 물론 한국도 동참한 조치다. 최근 동해와 제주 해상에 고래 무리가 나타났다는 보도. 향고래와 범고래 같은 희귀종도 발견됐다니 지구촌 경사가 아닐까. 그대들 귀환은 대양의 생태계 건강이 회복되는 청신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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