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윤석열 정부는 안전속도 5030을 재검토해, 보행자가 적은 도로 등은 제한속도를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심야시간대 간선도로에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school zone)의 제한속도를 시속 40~50km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어린이 교통사고의 위험이 극히 낮고, 차량 정체가 가중되는 시간대에는 속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다수의 운전자는 새 정부의 제한속도 완화 방침을 크게 반길 것이라고 본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대부분은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정해져 있어 교통 체증이 상당히 심한 편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제한속도를 높이려면 굳이 심야시간대(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한정할 게 아니라, 등·하교 시간대를 피하는 시간으로 하면 더욱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이 설치된 대표적인 곳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 구간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5년에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또한, 이 구간은 평소 잦은 안개로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운전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식별하기 쉬운 제한속도 안내 표지판 설치는 필수여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토·일요일, 방학)도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관계 당국은 함께 연구해 주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데 학교 앞이라는 이유만으로 굳이 속도제한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어서 노인 보호구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857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7%에 이른다. 그런데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도로를 걷다 사망한 1,018명 중 노인이 601명으로 무려 59%를 차지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줄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노인 사망자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19’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나 높다. 이처럼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많은 첫 번째 이유는 노인은 길을 건널 때 젊은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져 위급한 순간에 재빨리 대처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정부는 노인 보호구역(실버존·silver zone)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복지시설 인근이나 노인이 많이 사는 마을 등의 주변 도로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이유는 노인 보호구역 지정이 적은 데다 정부의 예산 지원 또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1년 말 현재 전국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은 1만 6,759곳인데 반해 노인보호구역은 2,673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 예산은 1,988억 원이지만 노인보호구역 예산은 단 70억 원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 보호구역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어린이 보호구역의 3분의 1)와 신호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과속방지턱이나 미끄럼 방지시설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자체가 노인 보호구역을 확대하려고 해도 지역 주민이나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니 여간 안타깝지 않다.

어쨌든 위의 통계가 말해주듯,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불행하게도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알거니와 노인 보호구역은 차량 운행속도가 30~50km/h다. 또 주·정차 금지나 속도위반 등에 대한 범칙금도 2배로 부과한다. 그런데도 노인은 어린이처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보호는커녕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교통약자인 노인을 교통사고 위험에서 보호할 방법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어린이의 생명이 귀하듯 노인의 생명도 똑같이 귀한 것이기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