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화학적 분석에 의하면 바닷물은 32개 원소가 함유됐다. 금이나 구리 같은 극미량 성분도 나왔다. 브롬은 해수에서 채취한 최초의 산업용 원료로 사진 용액과 염료에 쓰였다. 그다음 추출한 요소는 마그네슘. 전시 수요에 따라 소이탄 물질로 사용됐다. 지금은 해저에 묻힌 석유와 가스가 중요한 물자다.

한데 바다가 품은 최고의 생명체 자원은 고래가 아닐까. 범세계적 포경 금지 조치는 그 반증이기도 하다. 고래는 친근한 존재이면서 부정적 어감도 담겼다. 주정꾼을 빗대는 ‘술고래’나 구두쇠를 뜻하는 ‘고래 심줄’ 비유가 그러하다.

돌고래는 대양을 보호구역으로 만든 일등공신. 해양 포유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면서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린 스튜디오’는 돌고래 쇼로 인기를 끌면서 고래가 지구촌 가족이란 관념을 퍼뜨렸다. 환경운동가는 고래를 인간의 탐욕으로 희생을 당한 지적인 야생동물 표상으로 삼았다.

돌고래는 항상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는 사람들이 녀석을 좋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사실 수중에 살기 때문에 소통을 위한 웃음이 필요치 않다. 심중이 어떻든 그런 모습을 가질 뿐이다. 마린 스튜디오는 수족관 사육에 성공한 병코돌고래를 스타덤에 올렸다. 녀석은 둥근 고리를 점프해 통과하고 종을 울렸으며 몸통을 굴리는 묘기를 선보였다. 여성을 태운 서핑보드를 끌기도 했다.

라플라타강돌고래는 고래류 가운데 제일 작은 종이다. 길이는 70cm이고 무게는 10kg에 불과하다. 참고로 아르헨티나에 있는 라플라타강은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넓다. 밍크고래는 개체수 보존에 성공한 사례. 그 명칭 유래가 재밌다.

19세기에 ‘밍키’란 이름을 가진 노르웨이인 포경 선원이 있었다. 당시 선원들은 교대로 망대에 올라가 포획할 고래를 관찰했다. 덩치가 작은 수염고래는 원하는 종류가 아니었다. 한데 선원 밍키는 이를 구분치 못해 번번이 골탕을 먹였다. 이후 긴수염고래를 ‘밍키고래’라 부르다가 ‘밍크고래’를 칭하는 말이 됐다.

미국 최초의 대작 소설 ‘모비딕’ 주인공은 흰색 향고래. 저자 멜빌은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포경선 근무 경험도 지녔다. 그는 친구가 들려준 에섹스호 침몰 사고를 소재로 작품을 썼다. 고래 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잃은 피쿼드호 선장 에이합이 백경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줄거리.

구약은 고래가 삼킨 ‘요나’일화를 전한다. 그가 신을 노하게 했기에 폭풍을 만났다고 여긴 선원들은 요나를 바다에 던졌고, 큰 물고기에게 먹혀 3일 동안 배 속에서 지냈다고 한다. 아직도 고래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습성이 있다. 대량 좌초 원인과 겨울철 참고래 서식지가 일례다.

고래 양식은 인류가 가진 원대한 꿈이다. 어느 미래학자는 고래가 회유하는 해역에 그들을 가두어 기르는 거품망을 구상했다. 작가 클라크는 바다를 경작지로 만들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소설을 썼다. 대양을 플랑크톤 재배와 고래 방목 구역으로 양분해 관리인이 고래 떼를 돌본다.

혹등고래는 고래 세계의 상징적 존재. 생물학자 페인의 연구를 기초로 LP판 ‘혹등고래의 노래’가 제작된다. 이는 멸종 위기에 몰린 고래를 환기시켰다. 구조를 바라는 절규처럼 들리나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구애. 이는 음악 애호가를 동물보호론자로 바꾸고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선율이 됐다. 어쨌든 아름다운 상상력 아니랴.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