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용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세계적으로 코로나19 (COVID-19) 감염사태가 발생한 이후, 방역 당국에서는 코로나19 전파 차단 및 예방을 위해 소독지침 등을 배포하며 실내·외 소독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인해 국가와 지자체의 방역 활동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생활방역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살균·소독제의 사용이 증가했고, 살균·소독제에 의한 인체 피해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국, 미국의 살균·소독제 오남용 사례 및 인체 피해사례를 수집해 사고가 다발하는 제품 품목, 제형과 성분, 노출 경로, 발현증상, 사고원인 등 주요요인을 분석·비교하여 살균·소독제의 일상적 사용에 따른 인체 피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피해사례 수집은 한국과 미국의 국가법령 및 시스템에 따라 관리되는 자료원을 통해 수집했고, 각 국가의 기준에 맞게 조사, 분석했다.

한국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에서 소비자 기본법 제52조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위해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 CISS)를 운영하고 있다. CISS란 소비자가 소비생활 중 다치거나 사망 또는 재산상 위해를 입은 사례를 다양한 경로로 수집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축한 소비자 위해 상황 상시 감시시스템을 말한다. 국내 살균·소독제 관련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했다.

주요 분석결과 살균·소독 관련 제품군(표백제, 살균·소독제, 가정용 살충제) 중 사고사례 건수가 가장 많은 제품은 표백제였으며, 살균·소독제의 사고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살균·소독제 사용 및 노출빈도가 증가해 오남용 사례 및 피해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연령대별 살균·소독 관련 제품 노출 사고사례 건수를 확인한 결과, 10대 미만에서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고, 이들 중 살균·소독 관련 제품의 음용 사고가 53.4%를 차지해 살균·소독제품의 사용 및 보관 시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위해 부위별 노출 사고사례 건수를 확인한 결과, 눈 부위의 손상이 가장 높은 건수를 차지했고, 눈 손상은 대부분 살균·소독 관련 제품의 사용 및 희석할 때 용액이 눈에 튀어 발생한 사고였다. 따라서 살균소독 관련 제품의 사용 및 희석 시, 주의사항과 눈에 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지속해서 홍보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락스는 산소계 표백제 또는 산성 세제와 혼합 시 유독한 염소기체가 발생할 수 있다. 염소기체는 호흡기 자극성이 있어 흡입 노출 시에 기관지 경련, 폐렴, 인후염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됐다.

미국은 56개 중독관리센터를 대표하는 국가 비영리 단체인 미국 중독관리센터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oison Control Center, AAPCC)가 국가중독정보관리, 중독 응급치료를 위한 중독헬프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중독정보시스템(National Poison Data System, NPDS)을 통해 중독사고 신고사례를 DB로 구축하여 예방정책 수립 등의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국가중독정보시스템은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중독감시 데이터베이스이며, 7400 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DB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 국가중독정보시스템을 통해 2018년부터 2020년 11월 22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보고된 소독제 및 살균제(소독용 알코올, 표백제, 손 소독제, 살균제, 살충제, 방충제) 노출 피해사례 데이터를 확보하여, 제품 품목, 제형 및 성분, 위해자 연령, 사고 개요, 노출 경로, 장소, 치료 및 처치 등을 분석했다.

주요 분석결과, 살균·소독 관련 제품군(표백제, 소독제, 살균제, 살충제, 소독용 알코올, 손 소독제, 방충제)의 노출 사고 건수는 2018년 2214건 및 2019년 2098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0년의 경우, COVID-19 영향으로 살균·소독제 관련 제품의 사용증가로 2673건으로 높아졌다. 2020년 제품별 노출 사고 건수는 표백제가 916건(34.3%)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로 손 소독제, 소독제, 소독용 알코올 순이었다.

COVID-19로 인한 개인위생 관리강화로 소독제 및 손 소독제 오남용 사고 건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손 소독제의 경우, 에탄올 기반 물질의 사고가 가장 잦았고, 다음으로 무알코올, 기타, 이소프로판올 순이었다. 소독제는 차아염소산염, 페놀 순이었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20년 10세 미만이 1,146건으로 전체의 42.9%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30대가 316건(11.8%), 20대가 284건(10.6%)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소독 및 살균제품 노출 사유를 의도적인 경우(오남용 및 자살추정), 의도하지 않은 사례(실수 및 외부 환경에 따른 노출), 부작용(식품 및 의약품의 부작용), 그리고 기타(악의적 목적 등)로 정리한 결과, 의도하지 않은 사례가 93% 이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출 장소별로 분석한 결과, 본인 거주지가 가장 많았고, 직장, 기타 거주지 순이었다. 2018년, 2019년 대비 2020년의 국내외 살균·소독 관련 제품의 피해사례가 증가한 것은 COVID-19로 인한 예방적 차원의 사용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한국과 미국 모두 10세 미만 어린이의 의도하지 않은 노출 피해사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유아는 손으로 집어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로 바닥이나 물체 표면에 남은 살균·소독 관련 제품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인도 살균·소독 관련 제품의 사용 및 희석 시, 용액이 눈에 튀는 사고, 락스와 세제의 혼용으로 인한 염소기체 발생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용상 주의사항을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사용 시,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