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정경부 부국장

지난 2월 포스코홀딩스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합의가 이뤄진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포항시가 시끄럽다.

당시 양측은 △내년 3월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총까지 본사 및 본원 이전 △포항지역 투자 확대 △포항시-포스코 상생발전협의회 구성 등 세 가지 안에 합의했었다.

이 합의에 따라 양측은 지난 6개월 동안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수차례에 걸쳐 양측의 입장을 주고 받으며 논의를 이어갔으나 투자 및 상생발전과 관련한 의견이 서로 엇갈리면서 결국 6개월간의 동반관계가 다시 찢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생발전협의회에서 어떤 사항들을 주고 받았는지 양측이 함구하고 있으니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또 다시 극단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시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한쪽은 ‘이렇게 서로 싸우다가 정말 포스코가 떠나가게 되면 포항 경제는 그냥 무너지고 만다’‘기업들을 이렇게 휘두르면 어느 기업이 포항에 투자를 할 것이냐’‘포스코는 왜 시민들의 목소리에 침묵만 하고 있는 것은 진짜 포항과 결별하려는 게 아니냐’ 등 흉흉한 이야기들로 넘쳐 난다.

그리고 정작 시민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자체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여름 휴가 기간 동안 포항에 들렀던 많은 외지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 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비난일색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고, 심지어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정우 회장 처형식까지 가졌다.

또 포스코는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언반구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이 같은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양측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로 흐르면서 협의나 협상조차 할 수 있는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날벼락을 받을 우려가 높기 때문에 선뜻 중재에 나설 수 없다 보니 끝을 모르는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작금의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갈등 당사자들이 양측을 서로 이해하고, 협의 또는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범대위 측은 포스코와 최정우 회장에 대한 비난을 중단해야 할 것이고, 포스코는 지난 6개월간의 진척 과정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포스코가 시민들과의 상생을 희망한다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법적 대응 부분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설령 지난 9개월가량 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줬다고 할지라도 더 이상의 상처를 내지 않고 또 다른 도약을 향해 손을 잡기 위해서는 이해와 용서와 사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이 같은 자세야말로 진정한 상생을 향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랜 경기 침체로 인구절벽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포항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는 길이고, 탄소중립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포스코가 성공적인 제 2의 창업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종욱 정경부 부국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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