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12대가 6일 군의 ‘특별감시선’ 이남에서 시위성 편대비행과 공대지사격 훈련을 시행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군은 북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 등 12대가 황해도 곡산 일대에서 황주 쪽으로 비행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1시간가량 공대지 사격훈련을 벌인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4월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북한 전투기의 이륙 모습. 연합
북한이 6일 우리 군 당국이 그어놓은 특별감시선인 평양~원산 이남에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 등 군용기 12대를 동원해 시위성 편대비행과 공대지(空對地)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우리 군은 공군 F-15K 전투기 등 30여 대를 긴급 출격시키며 대응했다.

특별감시선은 영공은 아니지만, 군 당국이 작전 편의상 설정한 선이다. 북한 항공기가 이 선을 넘으면 공군은 집중 감시태세에 들어가면서 전투기의 긴급 발진을 준비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오후 2시쯤 북한군 폭격기와 전투기 편대가 특별감시선 이남으로 시위성 비행을 벌여 우리 군 공중 체공 전력과 긴급 출격한 후속 전력 등 30여 대가 압도적 전력으로 즉각 대응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이날 북한이 지난 4일의 한·미 연합 정밀폭격 훈련을 맞받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자 한·미의 연합 전투기 편대는 전북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의 가상표적을 공대지 합동 직격탄(JDAM) 2발로 맞췄다.

특별감시선은 전술조치선보다 북쪽에 있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공중에 이미 초계 비행 중이던 F-15K에 더해 지상에서 출동한 전투기를 포함 30대가 넘는 전력으로 상대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압도적으로 대응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공군은 최근 1년여간 이처럼 대규모로 편대비행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군용기는 심각하게 낡았고, 항공유가 없어 북한 공군은 비행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례적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은 이번 비행이 이뤄진 곳이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가 규정한 비행금지구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2018년 기존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북상 제한선(5.4㎞)으로부터 서부지역은 MDL 이남 10㎞까지, 동부지역은 MDL 이남 15㎞까지 각각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북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도발은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르기 위해 이례적인 도발 행태를 연쇄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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