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탄도미사일 위협 고조에 대통령실 "여러 옵션 중 하나"
정진석 "비핵화 선언 파기해야"…美 동의·국민 공감대 형성 관건

윤석열 대통령.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점차 고조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 측은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남북 간 핵전력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에 방점을 찍고서 여러 옵션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문답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내비쳤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 아이디어 등에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인 ‘담대한 구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도발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안보 상황이 전에 없이 엄중해졌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9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은 이미 지난 5월 공동선언에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전술핵 재배치 역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상징적 조치로서 고려해볼 만한 카드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9·19 남북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언급해 자체 핵 개발론까지도 연계되는 듯한 기류로 읽히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혀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핵무장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그러다 보니까 윤 대통령 고민도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 개발을 통한 자체 핵무장은 당장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우선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기존 NPT 체제의 틀 안에서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 전술핵 재배치를 결단한다고 해도 국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민감성을 고려해 즉답을 피한 채 공을 한국에 넘기는 모양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각)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즉답을 피했다.

앞서 국내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한 달여 전 여당에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 여건 조성을 제안했고, 우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재차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여당과 어떤 논의도 진행한 바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아직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그런 결과(비핵화)를 협상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건 없이 만날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오로지 도발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고 그의 핵무기 야심을 이루려고 할 뿐이며 한반도의 안보 불안과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며 “그게 우리가 한국, 일본의 동맹과 양자, 3자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한 세대에 걸쳐 고수해온 원칙을 변경할 경우 국민께 어떻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을지가 중요하다”며 “우리 내부도 내부지만, 미국 측과도 연관이 있는데 아직 그런 공식 협의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다” 라고 선을 그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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